홈플러스에서 일하던 배송 노동자가 급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한 가운데, 노조와 사측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홈플러스에서 일하던 배송 노동자가 급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한 가운데, 노조와 사측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홈플러스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것을 두고 노조가 열악한 근무환경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노조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 마트노조 “과도한 업무·열악한 환경 탓”… 홈플러스 “노조 주장 지나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와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에서 온라인 배송 업무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지난 26일 새벽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했다. 숨진 노동자는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물류업체 소속으로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에 배정돼 근무해왔다.

마트노조는 이 같은 사망이 열악한 근무환경 탓이라고 지적한다. 마트노조 측은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은 배송 노동자들이 상품을 싣는 상차장이 고객주차장에 있는데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차량이 내뿜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심한 경우 37도가 넘는 온도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냉방시설은 선풍기 2대가 전부다. 이에 배송 노동자들은 냉장·냉동고에 상품을 가지러 가면서 열기를 식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인은 얼마 전 일하는 곳이 너무 더운데 선풍기가 부족하다며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가기도 했다고 한다”며 ”고인은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조합원으로 조합 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노동환경 개선에도 관심이 많았다. 유가족들은 산재를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고인은 24일과 25일이 휴무였으며, 26일 출근을 하지 않자 현장의 반장이 연락을 취해 사망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안다”며 “장례가 진행되고 있었던 데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니다보니 현재까진 그 정도만 확인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망원인 등 아직 확인된 것이 없는 가운데 노조가 지나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마트노조와 홈플러스는 얼마 전에도 유사한 사안으로 뚜렷한 입장 차를 드러낸 바 있다. 홈플러스 인천계산점 풀필먼트센터 소속 여성 노동자가 지난달 말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이달 초 끝내 사망하자 마트노조는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과로사로 확인되지 않았고, 이후 유가족 차원의 문제제기도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족들은 오히려 노조의 주장과 언론제보 등을 불편해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홈플러스 서울강서점에서 일하던 배송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을 때에도 유사한 양상이 펼쳐진 바 있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뿐 아니라 마트업계 전반에 과도한 근무,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다. 마트 자체적인 개선 노력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책 및 제도적 보완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냉방기기와 직원 휴게 시설 개선 등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마트노조가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시각차와 입장차가 워낙 큰 만큼, 당분간 지속적인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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