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지도 체제를 둘러싸고 격랑에 휘말렸다. 이른바 ‘문자 노출’ 사건으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당 일각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각에서 이러한 비대위 전환에 대해 우회적 ‘거절 의사’를 던지면서 당 내부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 최고위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 이후 국민들께서 많은 기대와 희망으로 잘해보라는 바람을 씌워주셨는데 저희가 80여 일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국민과 당원분들께 굉장히 송구하다. 많은 말씀에 깊이 통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의 당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결의하며 혼란을 빠르게 수습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지도 체제에 대한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던 의원총회에서도 직무대행 체제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당내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임시 체제’가 아닌 ‘안정적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조기 전대′ 시사를, 조해진 의원이 ‘비대위 전환’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이 대표적이다.

내부에서 꿈틀대던 기류가 본격적으로 폭발한 것은 지난 26일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노출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겨냥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고 표현한 것이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 배후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권 원내대표가 입장문을 내고 여진 차단에 주력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미미했다. 당 안팎에서 이와 관련된 여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러한 당내 잡음은 곧장 권 원내대표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앞서 권 원내대표의 ‘사적 채용’ 관련 해명이 당 안팎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전력이 있다는 점도 이와 맞물렸다. 여기에 대통령실에서 당 지도부에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권 원내대표로서는 난처한 처지에 놓인 모양새다.

◇ ‘신호탄’ 쏜 배현진… 당내선 혼란 가중

이러한 상황에서 배 최고위원의 사퇴는 권 원내대표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일종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배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당내 초선 의원들도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당의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현진 의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 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주자들 역시 힘을 보탰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지도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 선공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라고 권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BBS 라디오에서 권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에 관해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한다”며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 일각에서 이같이 ‘직무대행 체제’의 종식을 거론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 내에선 입장이 갈리며 내홍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이들이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 전환 해석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당내 일각에서는 현재 최고위원 7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반대측은 이를 위한 조건으로 ‘전체 사퇴’를 강조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 시민단체 ‘공정한 나라’ 창립식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는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 비대위가 구성이 됐고, 일부 사퇴한 상태에선 비대위 구성된 전례는 없다”며 “당헌·당규상으로는 기조국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로 가려면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비대위 체제 전환이 이준석 대표의 거취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비대위로 전환될 시 이 대표가 어떠한 대응에 나서는 가에 따라 당내 잡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비대위로 가면 제명과 같은 효과를 최고위가 줘버리는 것″이라며 ″법률적인 가처분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나는 안 그만 둔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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