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호텔 봉사료’, 이미 2006년 정부가 폐지 권고를 했지만 여전히 일부 호텔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봉사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호텔 봉사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텔 봉사료란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로 팁(Tip)과 같은 개념이다. 팁은 강제성이 없으며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받는 것에 따른 자발적인 추가 지불 수단이다. 하지만 호텔 측에서 책정한 봉사료는 반 강제적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봉사료는 지난 1979년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역할을 하던 교통부에서 서비스 종사자들의 과다한 팁 요구를 근절해 고객 불편을 줄이고 서비스 평준화, 종업원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일률적으로 투숙요금이나 식음료(F&B) 요금의 10%를 부과하도록 책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고객들에게 봉사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지난 2006년 정부가 호텔업계 등에 봉사료와 관련해 자발적 폐지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호텔에서는 여전히 투숙요금이나 식음료 요금에 봉사료를 별도로 책정해 소비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봉사료를 부과하는 호텔을 살펴보면 대체로 국내 대기업에서 소유하고 운영하는 오래된 호텔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조선호텔앤리조트 및 신세계 계열의 호텔 그리고 워커힐호텔앤리조트, 파르나스호텔 계열 등이 있다. 반면 앰배서더 호텔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은 아코르의 브랜드를 내건 호텔 대부분과 포시즌스호텔은 별도의 봉사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신라호텔도 지난해 말 명목상 봉사료를 폐지하고 객실 요금에 모두 포함해 호텔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

소비자들이 봉사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는 이유는 먼저 법적인 근거가 없는 항목임에도 무조건 지불해야 하고, 또 업계가 투숙요금의 총액을 계산할 때 투숙요금과 봉사료를 합한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세금)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예시로 호텔의 1박 투숙요금이 30만원이라면 봉사료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을 경우 투숙료는 세금 10%를 더한 33만원이지만, 봉사료를 부과하게 되면 투숙요금 30만원과 봉사료 10%(3만원)를 더한 33만원에 10%의 세금을 매겨 총 36만3,000원이 되는 셈이다.

특히 봉사료는 ‘비과세’로 분류가 되는데, 호텔업계가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봉사료에는 부가세 10%가 가산된다. 이러한 봉사료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비롯해 법조계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8년 KBS 보도에 따르면 김종석 전 의원(현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은 “봉사료 등 추가비용은 그 근거가 모호하고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기만 행위를 바로 잡을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장진영 변호사도 본지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봉사료라는 것은 소비자가 서비스에 만족을 했을 때 개별적으로 지불하는 것인데 이를 강제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호텔업계의 봉사료는 소비자에게 부과할 법적 근거 및 계약상 근거가 없는 것임에도 당연히 지불을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요금으로 책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강요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봉사료를 부과하고 있는 호텔업계에서는 봉사료 폐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폐지권고가 내려진 게 16년 전임을 감안하면 의지의 문제로 보인다.

다만 호텔들이 봉사료를 폐지하더라도 투숙 요금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봉사료를 객실 투숙요금에 녹여내 가격을 책정할 경우 봉사료가 포함된 금액인지, 아니면 봉사료가 제외된 금액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삼모사인 셈이지만 명목상으로라도 봉사료가 폐지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는 호텔 봉사료 폐지와 관련해 강제로 규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 관계자는 “2006년 봉사료 폐지 권고는 호텔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이후 현장에서 봉사료를 부과하는 호텔은 많이 사라졌다”며 “현재 호텔업계 봉사료 부과와 관련한 법적 근거나 시행령 등은 파악이 되지 않지만 재차 봉사료 폐지 권고를 강하게 하는 것은 압박이 될 수 있고 갑질이 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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