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오른쪽 끝)가 참석해 게임분야에서 사우디와 MOU를 맺었다. /시프트업 제공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오른쪽 끝)가 참석해 게임분야에서 사우디와 MOU를 맺었다. /시프트업 제공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사우디와의 수교 60주년이 된 가운데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약 669조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사업인 ‘네옴시티’를 이끌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네옴시티 뿐만 아니라 원전, 방산, 문화산업 등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중 문화산업은 사우디와의 협력분야에 올해 새롭게 추가됐으며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내용으로 한다. 이에 게임업계가 중동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한국에 선물 주고 간 사우디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전략파트너십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양국은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통해 에너지협력, 투자협력, 방산협력, 문화교류, 인적교류, 관광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사우디 투자부와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열고 기업들과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진행했다. 여러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사우디는 게임분야에서는 시프트업과 MOU를 맺었다.

지난 2017년 한국은 사우디의 ‘비전 2030’ 이행을 위해 협력 해오다 장관급 협력 위원회를 신설했다.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다. 비전 2030은 유가하락 상황에 대응해 나왔다. 사우디는 앞으로 석유산업 부문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한국·미국·일본·중국·인도를 협력국가로 정해 적극 교류를 이어왔다.

양국은 상대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공무원 등을 파견, 협력 사업 이행 모니터링 및 현지에서 애로사항을 해소하도록 했다. 합작투자·기술이전·인력양성을 원하는 사우디에게 한국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제조·에너지 부문에서는 조선과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인프라 부문에서는 스마트시티와 ICT 협력 △역량 강화 △보건·생명 △중소기업 투자 등 5개 분야 40개 협력 사업 방향에 대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올해는 여기에 문화산업 부문이 추가됐다. 문화산업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내용으로 한다.

양국 협력은 게임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지난 10일 면담에서 최근 사우디 국부펀드(Public Invest Fund)를 통한 국내 게임 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등 협력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 사우디 PIF, 게임회사에 적극 투자 움직임

그동안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국내 게임 회사의 주식을 여러 차례 매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왔다. PIF는 엔씨소프트 주식의 경우 국민연금 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4일 공시된 엔씨소프트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9월 30일 기준 지분 5% 이상 주주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11.9% △PIF 9.3% △넷마블 8.9% △국민연금공단 7.5%로 나타났다. PIF는 지난 2월에 이어 3월 엔씨소프트 56만3,566주를 추가 취득해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PIF는 국내 공시를 통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와의 문화산업 협력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 사우디 장관 논의 건은 타 게임사 이야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PIF는 올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지분도 대거 매입해 2대 주주(9.14%)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우디 국부펀드가 넥슨 지분을 매입한 것은 전략적 투자가 아니라 재무적 투자다. (문화산업 관련) 논의 중인 것은 없다. (사우디와) 연락하거나 주고받고 있는 건 없다”고 전했다. 산업부와 논의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산업부와) 연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논의한 게 없다”고 말했다.

◇ 사우디, 게임은 시프트업과 협력… 다른 기업들 기회 올까

정부는 사우디의 산업다각화를 앞당기고 협력과정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큰 이익이 될 것을 기대했다. 한국 e스포츠 경험을 사우디와 공유하게 되면 국내 게임사들이 중동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화산업은 신규 분야라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우디와의 협력분야를 2030 위원회를 통해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5개 협력 분과가 있는 범위에 문화도 추가해서 연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프트업이라는 기업이 (사우디와) 게임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는데, 이런 것들이 협력 사업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업내용은 지금 양국 공동으로 계속 발굴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분야 사업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우디 PIF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매수한 것에 대해서는 “그 기업들을 통해서 협력하자고 산업부에 전달된 건 없다. 기업이 정부한테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떤 정도의 신호로 봐야 될지는 확대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문화산업 부문은 실무진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단계다. 사우디와의 장관급 회의를 통해서 나온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일에) 양국 간 논의한 것이고 이제 실무적으로 부처 내와 부처 간 협의가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달 사우디의 게임 관련 방한 행보는 시프트업에 집중됐다. 2013년에 설립된 시프트업은 디자인 및 코딩 능력을 바탕으로 게임·영상·음악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 시프트업에 따르면 MOU 체결 이전에 사우디 PIF, SVC(사우디벤처케피탈), 투자부 관계자들이 시프트업 사옥을 두 차례 방문해 협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번 MOU에 대해 시프트업 관계자는 “사우디는 게임 산업에 대한 개발과 육성을 위해 시프트업과 협력하며, 시프트업의 사우디 지역을 포함한 해외진출을 위해 투자를 논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텐센트, 일본의 소니 빅테크 파트너사와 협업한 데 이어 중동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인지도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엔씨소프트 분기보고서
2022.11.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한-사우디 비전 2030 민관협력 플랫폼 출범

2017.10.26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자료

산업통상자원부-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면담: 농수산업, 문화산업, 첨단산업, 스마트시티 등 협력분야 확대

2022.11.11 산업통상자원부

‘제2 중동 붐’ 기대…韓기업·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 동시다발 시동

2022.11.17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자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