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을 따져묻겠다는 속내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태도가 ′합의 파기′라며 국정조사 무용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을 따져묻겠다는 속내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태도가 ′합의 파기′라며 국정조사 무용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라고 반발하며 국정조사 불참까지도 거론하고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제가 대통령께 요청 드린 이 장관 파면 시한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이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선 민주당은 당초 시한을 이날까지로 잡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마땅한 응답이 없자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등을 두고 저울질을 했다. 결과적으로 해임건의안에 무게가 기운 데는 탄핵소추안의 경우 헌법재판소 기각 등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본인 당사자가 물러나든지 아니면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파면하든지 시간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탄핵소추안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은 추가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내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 대한 상황 보고와 동의 절차를 거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참사 직후부터 수많은 구설수와 실언,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온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 어떤 이견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당장 오는 30일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뒤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해임건의안의 경우 본회의에 보고 후 72시간 이내 표결을 해야 하는데, 오는 30일 발의를 하게 될 경우 내달 1‧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 역시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내일 의총에서 보고를 하고 나면 30일 발의를 할 것”이라며 내달 2일 처리를 공언했다.

◇ 국정조사도 ‘안갯속’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러한 이 장관의 파면을 꺼낸 데에는 ‘정부의 책임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회의에서 “경찰의 특수본 수사가 일선 현장 담당관에만 맴돌면서 핵심 윗선으로는 단 한 발짝도 못 떼는 상태”라며 “가장 큰 원인은 이 장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은 국민인지 이 장관인지 이제 선택하라”고 날을 세웠다.

문제는 이러한 민주당의 요구가 ‘국정조사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 전에 꺼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합의 파기’라며 언짢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책임은 민주당 당내 회의에서 가리고 국정조사에서는 정쟁만 하겠다는 속셈이나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결정 후 기자들을 만나 “사실상 민주당이 합의를 먼저 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장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무용론’으로 맞불을 놨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는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이라며 “국정조사 결론이 나기도 전에 그런 요구를 하는 건데 그러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런 식이면 국정조사를 시작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를 하기도 전에 마치 국정조사가 합의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목표를 정해놓고 주장하는 행안부 장관 파면 요구를 즉시 철회하라”며 “이태원 참사를 정부 퇴진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정략적 기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국조위원 전원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을 내고 거부하면 또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면서 흔들 수 있다”며 “이래저래 윤석열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치공세로 나가다 보면 국정조사도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