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WEMIX)’에 대한 거래지원을 12월 8일 오후 3시부터 종료하는 결정을 지난달 24일 단행했다. DAXA는 거래지원 종료일로부터 30일간(2023년 1월 7일 24시까지) 출금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암호화폐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의 담합이라면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 DAXA “신뢰 훼손됐다”… 위메이드, 상폐 결정 맞서 가처분 신청·공정위 제소

위메이드 측은 업비트와 빗썸을 대상으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어 곧바로 다음날인 29일엔 다시 코인원과 코빗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완료했다.

위메이드는 가처분 신청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서도 문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해당 4개 거래소의 담합행위가 있었다면서 공정위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DAXA와 위믹스 간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는지 모든 이메일, 텔레그램 통신, 녹음한 줌 회의를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이후 모두에게 공개해 업비트가 어떤 갑질을 하는지 확인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AXA는 지난 6월 22일 국내 5대 가장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가 제2테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의장은 이석우 업비트 대표다.

위메이드의 대응이 있자 DAXA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에서 “위믹스 측은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거래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타당하다”면서 기존 결정을 재확인했다.

거래소별로 거래종료를 결정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업비트 디지털 자산 거래지원 종료 정책’을 보면 유의종목 지정 및 거래지원 종료 사유들로는 △법령에 위반된 경우 △사용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 △기술에 취약성이 발견된 경우 △개발팀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업비트와 합의한 서비스 조건 및 협약서를 위반한 경우 △업비트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 등이 있다.

‘빗썸 가상자산 투자유의종목 지정 정책’에는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시세조작에 노출될 위험 △시가총액이 상장 시 시가총액에 비해 크게 하락하는 것이 1개월 이상 지속 △가상자산이 특별히 보안성이 취약한 블록체인에 기반한 경우 △재단의 급격한 사업적 변동으로 인해 가상 자산 시세에 영향을 줘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경우 △재단의 토큰 발행량 및 유통계획을 공시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공시한 경우 등이 있다.

◇ 위메이드 “업비트가 가이드라인 준 적 없어”

지난달 24일 발표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이유 3가지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이다.

DAXA는 위메이드가 제출한 유통계획에 비해 실제 유통량이 과다했다고 봤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다트 공시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거래종료 발표 이전에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언론을 통해 노출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줬다고 지적했다. 소명 기간 제출 받은 위믹스 유통량 정보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정정이 있었다면서 신뢰회복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27일 DAXA는 부정확한 유통량 정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제때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장현국 대표는 “유통계획을 제출한 곳은 업비트 한 곳이다. 업비트에게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했지만 받은 적이 없다. 기준이 없는데 거래 종료 결정을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소명과정에 대해선 “업비트가 요청한 자료들은 사소한 자료들이었다”면서 거래종료 결정을 하는 데에 사용되는 자료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DAXA가) 심각한 문제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고 이후 거래 지원 종료를 발표했다. 업비트에 있는 개별 코인들을 보면 유통계획이 없는 코인이 부지기수다. 왜 위믹스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다른 코인들에게 적용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위메이드는 지난달 24일 미디엄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월 자진 소각한 위믹스 2,000만개가 유통량으로 계산됐고 재단 지갑간 이동을 유통량에 잘못 포함했다고 밝혔다. 위믹스팀은 단기간에 초과된 유통량을 원상복구했고 지금까지의 유통량을 적극 소명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된 원인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인 위믹스의 축은 세계시장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실제 상장 폐지가 되더라도 사업에 큰 타격을 받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국내 거래소에 거래 되느냐가 저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P2E 게임 규제 완화 논의, 찬물?

그러나 위메이드와 위믹스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DAXA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 발표 후 위메이드 주가와 위믹스 가격은 크게 출렁였다.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24일 종가기준 5만6,200원이었던 위메이드 주가는 급락세를 보여 28일 장중 한때 3만2,200원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위메이드는 3만5,450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소에서 위믹스 가격도 하락했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당일 업비트에서 2,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위믹스 가격은 이후 600~700원대로 폭락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암호화폐를 근간으로 하는 P2E게임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P2E(Play to Earn·게임하며 돈 벌기) 업계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를 통해 위믹스 생태계 구축과 P2E 게임 시장의 확장을 꾀해왔다.

국내에서 P2E 게임은 규제에 가로막혀 불법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8조에 따르면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 등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위메이드 등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P2E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을 통해 다른 게임사와 손잡고 관련 시장의 생태계 확장을 시도해왔다.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된 게임은 현재 21개에 이른다. 

최근 국내에선 P2E 게임 규제 완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감이 형성됐다. 지난 10월 13일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P2E게임 허용 문제 관련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을 받고 “게임법으로 불가한 부분이 있으니 게임법 개정될 때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날 김재현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P2E게임은 신성장 동력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사행성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P2E 게임이 가상자산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사회에서 일어나 이에 대한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있고 어떻게 극복하고 반영시킬 수 있는지 게임위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 주요 거래소의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결정으로 인해 국내 P2E 게임 규제 완화 논의가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