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거나, 유포, 협박하는 등의 디지털 성범죄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거나, 유포, 협박하는 등의 디지털 성범죄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김은주 기자  # A씨(18)는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남성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신체 특정 부위 사진 등을 요구하자 남성의 연락을 받지 않던 중 추후 친구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사진이 유포된 것을 알게 돼 센터에 신고했다. 센터에서 피해 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했고, 1차 삭제 완료 후 15일 정도 후에 타 SNS에 유포된 사실을 발견, 재삭제를 요청해 현재는 추가 유포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삭제지원과 함께 변호사를 선임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건 대응을 시작했으며, 경찰의 협조를 통해 가해자가 검거돼 재판부에 기소,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다.

# B씨(28)는 5년 전 사귀었던 남성으로 인해 당시 촬영한 피해 촬영물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장동료를 통해 알게 돼 센터에 신고했다. 센터에서는 성인사이트 9곳에 피해 촬영물이 올라온 정황을 발견했고, 신속하게 삭제를 요청했다. 현재 센터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감으로 직장까지 그만두게 됐다. 센터는 피해자에게 긴급 의료지원을 진행했고, 심리상담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최근 가해자가 특정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 서울시 2030세대, 3명 중 1명 ‘디지털 성범죄 직·간접 피해 경험’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거나, 유포·협박하는 등의 디지털 성범죄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이 강화됐지만, 범죄는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디지털 성폭력범죄 수사 현황’)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입건된 피의자 수는 2017년 1,324명에서 2022년 8월 현재 6,850명으로 크게 늘었다. 검거된 피의자 중 30세 미만이 62.4%에 달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세계 여성 폭력 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맞아 8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만 19∼39세 서울 시민 1,0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3명 중 1명(31.9%, 338명)은 ‘디지털 성범죄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 자료=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의식 및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22)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세계 여성 폭력 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맞아 8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만 19∼39세 서울 시민 1,0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3명 중 1명(31.9%, 338명)은 ‘디지털 성범죄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 자료=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의식 및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22)

실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세계 여성 폭력 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맞아 8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만 19∼39세 서울 시민 1,0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3명 중 1명(31.9%, 338명)은 ‘디지털 성범죄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온라인 공간에서 성적으로 불쾌한 메시지나 성관계 요구’가 75.5%(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감 형성 후 성적인 촬영물 요구’(64.3%), ‘성적 모멸감이 느껴지는 신체의 일부 또는 나체가 촬영된 피해(62.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89.5%는 ‘최근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고, 특히 여성은 96.5%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 응답자 절반 이상 “피해 대처법 모른다”

문제는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시 대처방법을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52.5%에 달했다. 그나마 응답자의 절반(49.6%)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고, 피해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답변은 28.9%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과 함께, 신고기관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시 대처방법을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52.5%에 달했다. / 자료=‘2030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의식 및 실태조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시 대처방법을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52.5%에 달했다. / 자료=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의식 및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22)

현재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 및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운영하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접수 등 상담, 삭제지원 및 수사·법률·의료 연계 지원을 제공한다. 상담전화(02-735-8994)를 통해 직접 신고하거나, 온라인(비공개) 상담 게시판을 통해 피해 접수 및 상담신청이 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직접 신고도 가능하다. 방통심의위 사이트 내 ‘디지털 성범죄 신고’ 페이지에서 휴대전화 인증을 거치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고·접수할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최근 전국 17개 기관·단체와 손을 잡고 ‘24/7 피해접수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핫라인’은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피해 지원 기관·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연락 창구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17개 기관이나 단체 가운데 한 곳에 피해 정보를 신고하면 해당 정보는 ‘골든타임’인 24시간 안에 방통심의위에 접수된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핫라인에 참여하는 기관·단체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서울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 △여성긴급전화 1366 부산센터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 △부산광역시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 이젠센터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피어라 △인천 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경기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여성긴급전화 1366 충남센터 △충북여성인권 부설 상담소 늘봄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부설 전주성폭력상담소 △포항여성회 부설 경북여성통합항담소 △여성긴급전화 1366 경남센터 △제주YWCA 디지털성범죄상담소다.

방통심의위는 향후 ‘디지털 성범죄 원스톱신고 ARS 구축사업’ 등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 원스톱신고 ARS’는 한 번의 전화(ARS)만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상황에 맞는 기관·단체를 편리하게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지원 사업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불법촬영물 등에 대해 신고 및 삭제요청을 대행하는 법정 기관·단체를 안내하고 있다. 해당 페이지에는 각 기관·단체의 연락처와 홈페이지 주소가 공개돼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서도 피해 신고 및 상담이 가능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데이트폭력, 성희롱 등 긴급한 구조·보호 또는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 국번없이 1366을 누르면 된다. 

◇ 불법영상물 삭제부터 일상복귀 지원… 피해 대처법 적극 알려야  

특히 지난 3월 서울시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공공위탁을 통해 개소한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는 영상물 삭제부터 심리 치유까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동행 △법률·소송 지원 △삭제 지원 △일상회복 지원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기관 / 자료=‘2021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 보고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202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기관 / 자료=‘2021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 보고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2022.4)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 따르면 개소 후 7개월 동안 총 270명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는 경찰청, 방송통심심의위원회 등과의 공조 체계로 불법촬영물 등 2,000건이 넘는(2,194건) 피해 영상물 사진을 삭제했다. 삭제 지원을 포함해 수사 법률, 심리 치유에 이르기까지 센터가 피해자를 지원한 사례는 약 5,000건(4,926건)에 이른다.

총 4,926건 중 삭제지원이 2,19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심리 치유지원 791건, 수사 법률지원 729건, 피해 지원설계 및 모니터링 854건 등이었다.

특히, 센터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유포되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이 많다는 점에 착안, 삭제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도 선제적으로 찾아 적극적으로 삭제에 나서고 있다. 시가 삭제 지원한 총 2,194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03건(54.8%)이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이었다.

무엇보다 센터는 피해자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삭제 요청이 들어온 건에 대해서도 삭제 지원뿐 아니라 의료지원, 일상회복 지원, 법률 소송지원 등 원스톱 지원으로 피해자를 돕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7명을 검거 특정하기도 했다. 기사 서두에 언급한 피해 사례 역시, 센터의 법률‧소송지원 등을 통해 피해자를 도운 실제 성과 중 하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 시민 등은 센터 상담전용 직통번호(02-815-0382)’로 전화하거나 카카오톡(지지동반자 0382), 홈페이지 등으로 신청하면 된다. 휴일과 야간에는 02-1366(여성긴급전화1366 서울센터)으로 전화하면 상담이 가능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관련법을 위반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관련법을 위반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이하 특화상담소)’를 통해서도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화상담소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지역 내에서 전문 상담사를 통해 피해회복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2021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디지털 환경에 전문성이 있는 상담사(개소당 2명)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심층 상담, 수사기관‧법원 동행, 법률‧의료 연계 등 1대1 맞춤형 지원과 피해자의 특성을 반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 치유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피해자의 요청이 있거나 긴급한 경우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삭제를 지원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영상물 점검(모니터링)을 통한 전문적 삭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10개(경남, 경북,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인천, 전북, 제주, 충북) 지역에서 운영 중인 특화상담소를 내년엔 14개소(세종·울산·전남·충남 지역 추가 운영)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데이트폭력, 스토킹 범죄 등과 엮여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범죄 방식 역시 다양해 피해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 수사 등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법률지원 확대 필요”

한편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협력방안’ 포럼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법률지원 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 없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피해자만을 위한 별도의 법률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디지털 성폭력 범죄피해자에 대한 법률조력 시스템은 여성가족부의 무료법률구조사업의 확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 지식을 갖춘 변호사들을 선발, 별도의 풀을 구성해 법률지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여성가족부의 무료법률구조사업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 디지털 성폭력 사건의 경우 동일한 가해자로부터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많은 현실 등을 고려해 예산을 확대, 이 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피해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면서 “어떠한 방식을 취하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역시 우리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가지는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 모든 지원제도는 피해자들의 일상회복에 목적을 둬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2022. 12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2021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 보고서

2022. 04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협력방안’ 포럼 자료집
2022. 11. 30 서울시여성가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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