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행보는 SSG 랜더스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SSG 랜더스는 석연치 않은 단장 교체와 이를 둘러싼 비선실세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 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행보는 SSG 랜더스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SSG 랜더스는 석연치 않은 단장 교체와 이를 둘러싼 비선실세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 통합우승, 특히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축포를 터뜨렸던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가 예사롭지 않다. 오랜 기간 ‘인천야구’를 지켜온 인물이자 통합우승 성과를 거둔 단장이 돌연 물러나고 곧장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채운 가운데, ‘비선실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투자와 소통으로 SSG 랜더스를 정상에 올려놓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명과 암’이 또 한 번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 우승팀 단장의 석연치 않은 교체 ‘파문’

프로야구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한 SSG 랜더스는 최근 연일 불미스런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우승한 해가 채 저물기도 전에 기쁨과 감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각종 의혹과 논란,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는 모습이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2일 류선규 전 단장의 사퇴다. 우승팀, 그것도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한 팀의 단장이 별다른 이유 없이 물러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앞선 2년 간 통합우승 구단의 단장이 모두 교체됐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020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는 선수단의 방역지침 위반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듬해 7월 김종문 전 단장이 물러났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단장 자리를 내려놓고 육성총괄로 자리를 옮긴 이숭용 전 KT 위즈 단장의 경우 본인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다.

반면, 류선규 전 단장은 책임을 져야할 일도, 건강 등 다른 문제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최근까지도 다음 시즌 준비와 구단 행사 등으로 분주한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 

더욱이 류선규 전 단장은 인천야구의 명맥을 함께해온 산증인이다. LG트윈스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한 그는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창단 직후인 2001년 합류했다. 이후 그는 마케팅팀 기획파트장, 홍보 팀장, 육성 팀장, 전략기획 팀장, 데이터분석 그룹장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고, SSG 랜더스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기 직전인 2020년 11월 단장으로 선임됐다.

류선규 전 단장은 지난 8일 열린 일구상시상식에서 프런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그는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 뉴시스
류선규 전 단장은 지난 8일 열린 일구상시상식에서 프런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그는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 뉴시스

이처럼 류선규 전 단장이 석연치 않게 물러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의혹과 논란은 이틀 뒤 그의 후임이 발표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새롭게 단장으로 선임된 인물은 김성용 2군 R&D센터장이다. 24년간 야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11월 SSG 랜더스에 합류한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단순히 김성용 신임 단장의 경력이 아니다. 류선규 전 단장의 사퇴와 김성용 신임 단장 선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앞서 야구계에 퍼졌던 소문 및 의혹과 맞아떨어지고, 여러 추가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류선규 전 단장은 앞서 우승에 성공하더라도 교체될 수 있다는 설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당초 기존 SK 와이번스 구성원을 모두 승계했던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으로 그룹 색깔 입히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었다. 또 다른 한편으론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의 측근이 ‘비선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와 가까운 김성용 단장이 후임으로 선임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다. 앞서 제기된 여러 전망과 소문들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SSG 랜더스 측은 비선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단장 사퇴 및 후임 인선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구체적인 해명 없이 선 긋기에 나서면서 팬들의 반발은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SSG 랜더스 팬들은 지난 15일부터 ‘트럭시위’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트럭시위를 통해 ‘인천 야구에 비선실세 필요없다. 신세계의 인맥야구 OUT’ ‘베테랑 단장 내쫓고 비선실세 바지단장 앉히는 정용진 구단주’ ‘홈관중 1위 랜더스 팬분들 감사합니다. 비선실세와 바지단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등의 비판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구단 운영은 물론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왔던 정용진 부회장 역시 불편한 심기를 거듭 드러내면서 파문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한 문제 제기 및 해명 요구가 잇따르자 댓글창을 아예 닫아버리는가 하면,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임.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람.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한 포스팅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기 바람. 영원히 안 보이게 해드리겠음’이란 글을 남겼다. 이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님. ’~이 아님을 증명하라‘ 주장하는 사람이 ’~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 증명하기 전까지는 상대의 말을 믿은 것. 나도 지금 그러는 중’이라는 글도 남겼다.

류선규 전 단장의 석연치 않은 사퇴와 비선실세 의혹 등에 반발한 일부 SSG 랜더스 팬들은 지난 15일부터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류선규 전 단장의 석연치 않은 사퇴와 비선실세 의혹 등에 반발한 일부 SSG 랜더스 팬들은 지난 15일부터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한편, 이 같은 일련의 상황으로 정용진 부회장의 ‘야구행보’는 또 한 번 뚜렷한 명과 암을 드러내게 됐다.

오래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원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부회장은 SK 와이번스 인수에 성공해 SSG 랜더스를 출범시키며 이전의 재계 오너일가에게서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 단순히 전폭적인 투자에 나선 것을 넘어 선수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는가 하면, 자주 야구장을 찾고 팬들과도 적극 소통하는 등 진정성 있고 열성적인 모습이었다. 아울러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빼어난 수완과 성과를 보여줬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SSG 랜더스가 출범 2년차에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원동력이 됐다. 돔구장 건설 등 인프라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나선 점도 야구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찬사를 받기 충분한 행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엔 그에 못지않은 우려도 존재했다. 평소에도 SNS를 통한 거침없는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적지 않았던 정용진 부회장은 야구와 관련해서도 일부 상대 팀에 대한 원색적 표현 등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칫 타구단 팬들을 적으로 돌려 그룹 차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또한 구단주로서 적극적인 행보가 선을 넘어 과도한 수준에 이를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불거진 파문은 이러한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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