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 뉴시스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3일, 하림그룹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팬오션은 한진칼과 관련해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지난 6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를 통해 밝힌 대로 한진칼 지분 5%를 추가 취득하면서 보고의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죠.

하림그룹은 왜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을까요?

우선, 팬오션은 이번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혔습니다. 경영에 참여하거나 하는 다른 목적 없이 차익 실현 등을 위한 투자 차원이라는 거죠. 하지만 여러 배경으로 인해 하림그룹의 ‘진짜 목적’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육계기업으로 유명한 하림그룹은 M&A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곳 중 하나입니다. 이번 한진칼 지분 취득 주체인 팬오션도 2015년 1조원을 들여 인수한 곳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해운업은 물론 양계·축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항공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죠. 한진칼 지분 취득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순수하게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했을 때, 한진칼이 과연 최상의 선택인지에도 물음표가 붙습니다.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치솟았던 주가가 분쟁 종료 흐름이 이어지며 급격히 하락한 상태입니다. 저가 매수 기회로 볼 수도 있으나, 한진칼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비롯해 꽤 많은 변수를 지니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소위 ‘대박’을 터뜨릴 요인이 있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한진칼은 배당 측면에서도 그동안 대체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고요.

거래 상대가 호반건설인 점도 눈길을 끕니다. 

호반건설은 지난 3월 한진칼 지분을 대거 취득하며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바 있으나, 최근 건설업계 전반에 드리운 변수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었습니다. 하림그룹과 호반건설은 나란히 호남지역에 근간을 둔 기업이며, 수장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김상열 전 호반그룹 회장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반건설 역시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시도하는 등 항공사에 관심을 보였던 곳이죠. 양측이 새로운 연합군을 형성하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물론 경영권 분쟁 가능성 제기가 다소 지나치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하림그룹의 지분이 이제 5%에 불과한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동안 거센 공세에 맞서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에 성공해왔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조원태 회장의 상속세 부담에 따른 고배당 가능성을 노린 투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죠.

하림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진짜 의도는 향후 지분 확대 움직임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입니다. 어떠한 다른 목적이 드러나게 될지, 정말 단순투자라면 어떤 성과를 남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팬오션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
2022. 12. 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팬오션, 한진칼 관련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 공시
2022. 12. 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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