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의뢰받은 사건은 100% 처리하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는 의뢰인과 함께 강아지를 찾기 위해 간 어느 펜션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쓰러진다. 끊어진 기억, 사라진 의뢰인. 정신을 차려보니 졸지에 납치 사건 용의자로 몰려버렸다. 꼼짝없이 체포되던 중 차 전복사고 후 검사로 오해받은 그는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로 위장해 수사를 시작한다.

검사들의 검사, 일명 감찰부 ‘미친X’ 김화진(김성은 분).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가 좌천의 쓴맛을 보며 지내던 어느 날, 한 납치 사건을 조사하던 중 검사 행세를 하는 지현수와 만나게 된다. 단순한 납치로 여겼던 사건이 자신을 물 먹인 로펌 재벌 권도훈(박성웅 분)과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다. 누명을 벗고자 하는 지현수와 권도훈을 잡고 싶은 김화진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게 되고, 거대 로펌 재벌의 추악한 범죄를 파헤치다 전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젠틀맨’(감독 김경원)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물이다. OTT 서비스 ‘웨이브’의 영화 펀드 첫 투자 작품이자 오리지널 영화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신예 김경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악당을 벌하기 위한 흥신소 사장과 검사의 통쾌한 공조, 감각적인 영상미, 매력적인 배우들의 조합까지. 듣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가득한데, 이상하게도 매력이 없다. 쉼 없이 펼쳐지는 전개, 거듭되는 반전 요소에도 좀처럼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는다. 웃음 타율도 낮다.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물이다. 

우선 비주얼은 좋다. 오프닝부터 감각적인 연출과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과 다채로운 음악 역시 장르물의 매력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특히 극 초반 등장하는 차량 전복 신은 스릴 넘치면서도 위트가 느껴지는 음악이 더해져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볼거리에 치중한 탓일까. 그보다 더 중요한 ‘스토리’는 빈약하다. 단조롭고 유치한 전개가 이어지고, 그동안 수많은 범죄 오락물에서 봐온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 지루함이 느껴진다. 반복되는 반전 요소도 새롭지 않고, 악의 처단도 너무 쉽게, 예상한 대로 뻔하게 흘러가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캐릭터 역시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너무 ‘평평’하다. 새로움도 없다.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주인공, 그런 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견제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그의 편에 서는 조력자,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의 ‘빌런’까지 숱하게 봐온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 역시 터지지 않아 아쉬움을 더한다. 

그나마 배우들은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영화 ‘암수살인’(2018)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주지훈은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움, 특유의 섹시한 매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하고, ‘괴물 신인’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최성은도 안정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빌런’ 박성웅은 이미 아는 얼굴이지만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러닝타임 123분, 오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