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녹음 중 모욕적 발언 피해를 당했을 시, 녹취록이 모욕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통화녹음 중 모욕적 발언 피해를 당했을 시, 녹취록이 모욕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사자 동의 없이 대화(통화)를 녹음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MZ세대의 부정적인 여론과, ‘동의없는 대화 녹음’을 금지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폭력 등 피해의 증거를 수집하거나 제보하는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됐다. 

◇ 2자간 대화에서 공연성 인정 안돼… 모욕죄 성립 안 돼  

현행법상 내가 대화 당사자라면 상대방 동의 없어 통화녹음을 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만 금지한다.

이에 상대방의 동의가 없음에도 통화녹취록이 고소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자료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상에선 통화녹취록이 모욕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즉 내가 상대방과의 통화에서 욕설이나 폭언 등으로 모욕감을 느껴, 이 같은 발언이 담긴 통화녹취록을 모욕죄 고소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냐는 질문이다. 

형법 311조에 따르면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서 성립되는 범죄다. 모욕죄가 유죄로 확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선 전화로 욕설을 들었다고 모욕죄가 성립되긴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공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전화로 그 사람한테만 욕설을 했다면 구속요건인 공연성이 없기 때문에 성립이 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두 사람 간의 대화에서 한 사람이 모욕적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긴 어렵다는 말이다. 이에 구속요건이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 자료도 활용되기 어렵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아울러 명예훼손죄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공연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말이다. 

◇ 다자간 대화선 어쩌나… “특정성·전파가능성 따진다” 

그렇다면 다자간 통화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어떨까. 박 변호사는 모욕죄가 성립이 될 수도 있으나, 재판 과정에서 대화 참여자들이 관계를 통해 전파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예컨대, A, B, C 등 3명의 다자간 통화를 하고 있다고 전제할 때, C씨가 A씨에게 욕설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B씨가 이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A씨와 B씨가 부부 사이거나 친분관계가 매우 두텁다고 한다면 B씨는 이를 전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엔 모욕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자간 대화 과정에서 모욕 대상이 제대로 특정이 되지 않았다면 모욕죄 성립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단순히 욕설을 했다고 모욕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충분한 표현이 있었는지도 재판부가 살펴볼 수 있다는 말이다.  

종합하자면 두 사람의 간 통화에선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모욕죄 성립이 어렵다. 다자간 통화에서 제3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정성과 전파가능성 등을 따져볼 가능성이 높다. 
 

최종 결론: 대체로 사실아님
 

근거자료 및 출처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311조(모욕)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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