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연구자들의 인건비 기준이 상향돼 내년 3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인건비 기준 상향이 실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 게티이미지뱅크  
학생연구자들의 인건비 기준이 상향돼 내년 3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인건비 기준 상향이 실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학생연구자들의 인건비 기준이 15년 만에 인상된다. 2008년 인건비 기준이 그대로 이어져온 가운데 정부가 이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새 학기에 맞춰 내년 3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인건비 책정엔 대학교수의 권한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실제 학생연구자들의 임금 증가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내년부터 학생연구자 인건비 기준 상향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학생연구자들의 인건비 기준을 상향해 내년 3월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사는 월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석사는 월 180만원에서 220만원, 박사는 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증가한다.

과기정통부는 물가 상승을 고려해 학생연구자 인건비를 올려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8월 26일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안정적 연구몰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22년도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개선(안)을 마련한 이후 나온 조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학생연구자(3,545명) 및 일반연구자(2,506명)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5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생인건비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박완주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응답자들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계상기준 금액을 답변했다. 전체 응답의 평균은 학사과정 129.3만원, 석사과정 217.9만원, 박사과정 298.2만원으로 집계됐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 같은 인식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이번 기준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KISTEP의) 인식조사와 기재부의 학술 용역 단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6,000여명 설문조사가 제일 컸다”고 말했다.

제도상으로 학생인건비는 지도교수와 협의를 통해 ‘연구참여확약서’에 약정한 대로 지급 받는다. 학생 연구자들은 계상기준 내에서 연구 참여 정도에 따라 인건비가 책정된다.

행정규칙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제40조는 이번 개정 이전에는 지도교수가 △학사과정(전문학사 포함) 월 100만원 △석사과정 월 180만원 △박사과정 월 250만원의 금액 이상으로 계상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또한 ‘학과, 연구부서, 연구책임자 등에 따라 별도의 기준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3조(연구개발비의 지급 및 사용 등) 4항은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계상·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에 개정된 기준을 보면 지도교수가 △학사과정(전문학사 포함) 월 130만원 △석사과정 월 220만원 △박사과정 월 300만원의 금액 이상을 계상기준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학생연구자의 인건비를 얼마나 지급할지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수의 권한이다. 인건비 기준에 명시된 금액은 교수가 계상률(참여율)을 100%로 하고 계산했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이에 낮은 인건비를 받고 있는 학생연구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박완주 국회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학생인건비 통합관리 대학원의 월평균 인건비 지급 현황’(60개 대학)을 보면 지난 2021년 1년간 석사연구원 4만844명은 평균 월 63만원, 박사 연구원 2만6,690명은 평균 월 99만원, 석-박 통합 연구원 6,990명은 평균 월 88만원을 지급 받았다. 60개 대학 대학원생들은 박사조차 평균 100만원이 안됐다.

◇ 교수·연구실마다 다른 대학원생 처우

실제 학생연구자 인건비를 계산할 때 연구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를 보지 않는 일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 A씨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로는 계상률로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고 지도교수가 정한 금액을 지급 받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교수님이 금액을 정해놨으면 인건비 기준이 상향된다고 해도 더 받지 못한다. 이건 교수마다 다르다. 실제 기여한 만큼 (인건비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 인건비 수준이 실제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월 100만원 보다 못 받는 사람도 있다. 연구실에 따라서 다르다. 제 주위는 100~150만원 정도 된다”면서 “저희 학교의 경우 BK사업단이 있다. 이곳에서 추가 인건비를 지급해서 합치면 200만원 이상 된다”고 답했다.

A씨는 이렇게 추가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학교의 대학원생은 조교 일을 해서 부족한 인건비를 보충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측은 이번 조치로 인건비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50% 계상률로 협의하고 박사 250만원 기준으로 할 때는 125만원이 지급됐다. 이제 계상 기준을 (박사 300만원으로) 상향했으니까 125만원 지급됐던 게 150만원이 된다”고 알렸다.

일부 대학에서 임의로 인건비 기준을 정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해선 과기정통부는 “학교 상의 문제다. 총액제로 얼마를 주겠다고 하는 것은 제도 취지는 아니다. 제도 전체를 보면 상승효과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님이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는 주지 않는 곳도 있겠지만 저희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교수님들께 물어봤을 때는 지급액이 올라갈 거라는 애기들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 ‘노동권 사각지대’ 놓인 학생연구자들, 처우 개선 목소리↑

현재 학생연구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이 때문에 학생연구원들은 일반 노동자와는 달리 처우 보호가 부족하다.

지난 2020년 10월 6일 국회 앞에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대학원생이 △조교 △학생연구원 △학회 간사 △강사 등의 업무를 한다면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소리친 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학생연구원이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었지만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2021년 3월 24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학생연구원이 산재보험에 특례 가입할 수 있게 했다.

A씨는 “민주당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서 이제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산재보험을 학교에서 가입 시켜주게 됐다. 다른 노동권은 점차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많은 대학원생들은 지금 산재보험이 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학생연구자 인건비 기준 15년 만에 오른다…내년 3월부터

2022.12.20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자료

2022년도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개선(안) 마련

2022.08.2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자료

최저임금 못 미치는 박사연구생 月99만원.. 학생 연구원의 '보릿고개'

2022.10.18 박완주 국회의원 홈페이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제40조

  법제처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3조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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