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에 사각지대에 있던 배달업 및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아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뉴시스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에 사각지대에 있던 배달업 및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아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배달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사각지대에 있었던 배달업 및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하나둘씩 구축되고 있다. 정부가 배달 등 생활물류산업을 일자리 창출의 한 방향으로 잡은 가운데 아직까지는 배달 종사자를 위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업에 종사하는 배달원 수가 2019년 상반기 11만9,626명에서 올해 상반기 23만7,188명으로 약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현황으로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중개하는 주문중개 플랫폼 37개 업체 △음식점과 지역 배달대행업체를 중개하는 배달대행 플랫폼 51개 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각 지역 배달대행업체는 전국적으로 7,794개소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가 배달업 근로여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주요 6개 도시 배달 종사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6개월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42.8%) △상대 운전자의 미숙 또는 부주의(41.4%) △배달을 많이 하기 위한 무리한 운전(32.2%)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배달업 종사자들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배달 수수료 체계 개선(43.8%)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그 다음으로는 △노동자 지위 인정(13.7%) △갑질 완화(12.9%) △위험 보상(12.5%) 등이 뒤따랐다.

◇ “배달 종사자 위한 ‘사회안전망’ 논의 지속돼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면서 배달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시장 규모에 비해 배달업 종사자의 사회안전망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지난 5월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본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에게는 하나의 사업장에 노무를 상시 제공하는 ‘전속성’이 인정돼야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어 직업특성상 여러 플랫폼에 소속되는 배달 종사자들은 산재보험료를 내고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특고도 보호망 아래에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달업 종사자들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배달 수수료 체계 개선과 노동자 지위 인정을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이와 같은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배달업 종사자들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배달 수수료 체계 개선과 노동자 지위 인정을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이와 같은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이로써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한걸음 나아갔지만 노동계에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산재보험법) 개정을 통해 전속성이 폐지되면서 배달 라이더에게 있어 사각지대가 많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배민이나 쿠팡이츠 같은 거대 기업이 배달 수수료와 관련해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것이 어떤 방법으로 정해져 있고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는 여전하다”면서 “당장 같은 배달인데도 나는 3,700원이 떴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4,000원에 뜨는 사례도 있다”고 짚었다.

또한 배달업계 노조 측은 배달업 종사자의 노동자 지위도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라이더는 사업주와 산재보험료를 50%씩 부담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보험뿐만 아니라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해도 일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제신청을 할 수도 없다는 게 라이더유니온 측 주장이다.

한편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한 배달기사 등 3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서 특고와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현행법상으로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 지위를 판단할 수 없지만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는 필요하므로 입법이나 개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면서 “법률 개정이나 판례가 정확히 없는 상황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헌법재판소에 가서 플랫폼 노동자 또한 고용 단계가 명확하지 않을 뿐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다”고 전했다.

◇ 갈수록 커지는 배달업 시장… 노동환경 개선될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4,000억원 수준이었던 배달업 시장은 지난해 1조3,000억원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 중이며 지속적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택배와 배달로 대표되는 생활물류산업의 고용‧취업유발계수(28.6, 16.9)는 전체 산업 평균(10.1, 7.4) 대비 약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고용창출 효과도 높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제1차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생활물류산업을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산업 발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생활물류산업은 인력 중심의 산업구조로 △시간당 노동가치는 전체 산업 대비 54% 수준 △종사자당 매출액은 73% 수준으로 산업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산업의 노동 이탈률은 지난해 기준 7.5%로 전체 산업(4.2%)보다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특히 배달 종사자가 이륜차로 이동하다가 사고가 다수 발생해 위험도가 높다고 인식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고된 일자리라는 인식으로 생활물류 현장의 인력난이 심화되는 등 플랫폼 기반 노동환경에 대한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생활물류업의 산업재해율은 0.79로 전 산업(0.54)에 비해서도 높은 산업재해율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실정이라고도 짚었다.

관련 당국이 배달업 및 플랫폼 종사자들이 속해있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을 일자리 창출의 한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사회안전망 강화도 같이 따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달산업은 업체간 경쟁심화와 위험도에 따른 인력난으로 위축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의 구체적 실현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 결과 
2022.12.27 국토교통부
「제1차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 확정
2022.12.23 국토교통부
노동동향(2022년 7월)
2022.07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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