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전문가 “시장 연착륙 위한 규제 정상화 조치… 금리인상으로 기대효과는 미미”
한문도 교수 “무주택 서민 보다 다주택자 위한 ‘종합선물‘… 투기 조장 등 위험 예상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받았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받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 김필주 기자  정부가 강남3구‧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대대적인 부동산 추가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과도한 규제의 정상화와, 공급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 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금리인상 기조가 꺾이지 않는 한 정부의 대책이 당장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다주택자 등 기득권만을 위한 대책이며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 시장 연착륙 유도 나선 정부… 서울 5년 전 수준으로 규제 해제

최근 국토교통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2023년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추진 과제는 규제지역 추가 해제,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의무 폐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정부는 5일부터 강남3구(서초‧송파‧강남)‧용산구를 뺀 서울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키로 했다. 강남3구 등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은 그간 적용됐던 청약‧대출 및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중과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앞서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전매제한도 완화된다. 정부는 오는 3월 중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는 폐지할 방침이다.

그동안 분양가격 12억원 이하 아파트(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에만 허용했던 중도금 대출이 앞으로는 모든 아파트에 허용된다. 올해 2월부터 특별공급분을 시작으로 3월에는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올 상반기 내에는 처분조건부로 청약당첨된 1주택자에게 부과했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사라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85㎡ 이하 아파트 매입형 장기(10년) 임대등록 허용, 전세사기 피해 방지 위한 안심전세앱 배포 및 임대인의 체납세금 정보 공개, 총 10만7,000호의 공공임대 주택 공급 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규제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선다. / 뉴시스
정부가 올해 규제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선다. / 뉴시스

◇ 시장 정상화 위해 규제 완화 추진 긍정적… 금리인상 여파로 기대효과는 제한적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정 부분 이상 큰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금번 대책은 작년부터 이어진 주택 시장 침체와 미분양 급증, 경기둔화 우려 등을 고려해 시장 연착륙 유도를 위한 잔존 규제지역 해제 및 청약시장 규제 완화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규제지역에서 풀린 곳은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취득세·종부세 중과, 2주택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 등 각종 세제·대출 규제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주택 구입 진입장벽이 완화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여기에 전매제한 완화에 따른 환금성 제약 해소, 실거주 의무 폐지 후 임대차 활용에 의한 잔금 마련 등으로 일부 수요층의 자금 융통에 숨이 트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 지역 특별공급 배정물량 증가 기대와 함께 중도금 대출 금액 상한 폐지로 서울·수도권 일대 인기지역·사업지에 청약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중도금 대출이자가 7%대를 기록하는 등 여신부담이 상당해 과거 2년(2020~2021년) 수준의 단기 청약수요 확대나 호황 기대를 바라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연착륙 유도 방향에는 공감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이은형 한국주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처럼 정책변화가 즉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하기에 최적 타이밍”이라며 “지금은 시장 상황이 변화할 언젠가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따라서 여러 규제요인을 미리 조정해두는 것이 바람하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시장 연착륙이든 시장 정상화(규제 완화)든 현시점에서 실행 방안은 동일하다”며 “그렇기에 시장 정상화부터 적극 시행하면 연착륙 방안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시야를 ‘시장 연착륙’에만 맞추지 말고 ‘과도한 규제의 정상화’라는 범위로 넓혀서 정책을 다뤄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다만 그는 “외부요인 중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 불확실이 가장 큰 변수”라며 “그 영향을 규제완화와  같은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기는 어렵기에 기대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규제 완화가 향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타 지역에 비해 실수요 및 외부 투자수요 유입이 상당한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면서 1주택자 사이에서 ‘갈아타기’ 등 주거이전 수요가 촉진되면서 침체된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뒤이어 “비규제지역은 2주택자까지 취득세 중과가 완화되는데 올해 1분기 서울 등 고가 분양 시장에서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와 9억원 이하 주택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이 시행되면 주택 매수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사료된다”면서도 “이에 반해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각종 정책효과가 쏠림에 따라 지방 비규제지역의 외부 수요 유입은 오히려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올해에도 미 연준 및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은행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따른 가계의 유동성 축소 분위기도 여전하다”면서 “이에 따라 소득·자산 등에 한계가 있는 무주택 실수요층까지 정책 수혜가 전달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5일 강남3구 등을 뺀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 국토부 자료 기반 뉴시스 가공
5일 강남3구 등을 뺀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 국토부 자료 기반 뉴시스 가공

◇ 한문도 교수 “서민층 제외 다주택자에 짜맞춘 정책… 대세 하락 막기에 역부족”

한편 일각에서는 금번 정부 대책이 다주택자 등 기득권층에만 초점이 맞춰진 종합선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 전공 겸임 교수는 “무주택 서민층을 위한 세제완화 보다 다주택자‧건설사 등 기득권을 대상으로 치우친, 한마디로 국민정서에 괴리감을 주는 대책”이라면서 “무주택 서민, 다주택자 등 수요층간 균형을 맞춰야 할 정부가 한 쪽을 도외시 한 채 다주택자 등으로만 치우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 상반기 정부의 계속된 규제완화로 인해 시장 내에서는 일시적 반등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대세 하락을 막기엔 제한적”이라고 예측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과거 MB정부 때 발생한 부동산 침체기에는 기준금리가 2%대에 불과해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가 효력을 거뒀다”면서 “허나 현재 기준금리는 3.25%이며 올해 초 3.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금리가 약 1.5배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주거비 부담이 약 20~30% 증가했고 집값도 과거에 비해 더 비싸다”고 근거를 내세웠다.

또 “전세가격은 지난 2021년 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점점 내려가는 추세인데 올해 계약 만기인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면 전세가격은 더 내려가고 집값 하락 속도는 가팔라지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간 갭은 더욱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한문도 교수는 “그렇다고 다주택자가 단숨에 주택을 모두 사들이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주택자 역시 보유 중인 기존 주택의 매매가와 전세가격간 갭이 벌어질테고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마저 상승한다. 아울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심사강화로 추가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고 진단했다. 

뒤이어 “결국 다주택자 중에서도 자산보유 상위 10~20%에 속하는 층만 주택을 사들일텐데 이들 또한 당장 보다는 향후 가격 하락 상황을 보고 저점이라고 판단될 때만 주택 구매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단 지방 자산가들의 경우 무순위 청약시 실거주요건 폐지에 따라 자녀 증여 목적 등으로 서울‧수도권 지역 내 주택을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이와 함께 한문도 교수는 정책의 실효성 여부와 향후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 효과도 언급했다.

그는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분상제 주택 대상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은 아직 집값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고 올해 더 내려갈 일만 남은 상황에서 자칫 투기조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청약 당첨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 폐지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례로 금리인상에 부담을 느낀 당첨자는 기존 주택을 어떻게든 빨리 처분하려 할텐데 싼 가격에 내놓지 않으면 시장에선 팔리지 않는다. 이에 전세 형태로라도 내놓겠지만 세입자들은 더 싼 매물이나 월세를 선호한다. 결국 전체적으로 역전세난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임대 공급도 원래 있던 대책에 짜맞춘 수준에 불과하고 공급물량도 오히려 줄었다”면서 “문재인 정부 때 12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지정고시했는데 현 정부에 와선 100만호 가량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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