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결국 상장 추진을 중단했다. / 뉴시스
컬리가 결국 상장 추진을 중단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결국 상장을 향한 발걸음을 멈췄다. 악화된 상장 여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철회설’이 현실이 된 모습이다. 업계 상황과 투자자로 인해 상장이 반드시 필요했던 컬리의 이러한 결정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상장 의지 거듭 강조했지만… 결국 ‘포기’

컬리는 지난 4일, 상장 추진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략적으로라도 재추진 시점을 밝히지 않은 무기한 연기다.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 할 예정으로,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이를 성실히 안내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성장세로 주목받으며 적극적인 상장 의지를 밝혀온 컬리는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컬리는 기업가치가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하는 등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당장의 실적보단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실제 컬리는 2018년 1,500억원대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 컬리는 이내 험로를 마주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이에 상장을 추진 중이던 여러 기업들이 이를 연기 또는 철회했고, 강행한 기업들도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 역시 ‘철회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현재 실적보단 미래성장에 방점이 찍힌 컬리는 투자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여파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컬리는 끊이지 않는 철회설 제기에 지난해 10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기한 내 상장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게 됐다. 위축된 투자시장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새해 시작과 함께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말 투자유치 과정에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컬리는 현재 장외시장 기준 기업가치가 1조원까지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결정이지만, 여러모로 상장이 중요했던 컬리라는 점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컬리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에서의 겨앵력 강화는 물론, 지금까지 성장을 이루는데 있어 밑거름이 된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을 위해서도 상장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상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당 과제들을 풀어 나가야하는 숙제를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컬리는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상장 연기 결정에 따른 우려에 선을 그었다. 발걸음을 멈춘 컬리가 향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번 상장 무산이 뼈아픈 중대 변곡점으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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