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이 지난 12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입은행 및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 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이 지난 12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입은행 및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 기후솔루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기업이 참여한 호주의 해양 가스전 개발 사업이 현지 원주민들의 반발과 법원의 절차상 문제 인정으로 전면 중단된 가운데,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해당 사업에 금융지원을 결정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기후솔루션은 12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에 8,000억원의 금융지원을 결정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은 국내 기업 중 SK E&S가 참여하고 있으며, 2021년 당초 기대했던 것의 두 배가 넘는 7,000만톤 이상의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낸 바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 등을 둘러싼 비판 및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현지 원주민들이 제기한 절차상의 문제가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9월을 기해 시추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기후솔루션은 공적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금융지원 결정을 재고해야 함에도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솔루션의 김소민 연구원은 “그동안 호주 원주민들과 국제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바로사 가스전이 초래할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파괴, 그리고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며 ”무역보험공사는 바로사 가스전 투자 결정 기준으로 ‘호주 국내 환경 기준 및 국제 환경 규범’을 제시했는데, 호주 법원은 해당 사업이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는 명백한 판결을 내렸다. 지금이라도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사업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고 반영해 바로사 가스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감사 청구를 통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부실한 화석연료 사업 리스크 검토 및 무분별한 투자 행태를 밝히고자 한다.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원주민의 땅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가영 연구원 역시 LNG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화석연료라고 지적하며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는 발전소와 수요처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고려한다면 가스발전은 석탄발전과 비슷한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이런 연료를 어떻게 친환경 연료라 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내용의 국제메탄서약에 사인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가스전 사업인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국제메탄서약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미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0위에 해당하는 국가로 화석연료 투자에서 벗어나 책임감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박주영 변호사는 “우리나라와 호주의 시민사회는 2021년 5월부터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인권 침해 리스크와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 리스크를 알리고자 노력했다”며 “2021년 12월에는 바로사 가스전에 금융을 지원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에 직접 서한을 보냈고, 2022년 3월에는 두 기관을 상대로 금융 제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2021년과 2022년에 금융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법령과 인권경영에 관한 내부 규칙 그리고 OECD 환경사회권고안, 국제금융공사의 환경 사회적 성과표준, 적도원칙 등 국제 심사지침에 비추어볼 때,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 결정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국민의 세금 등을 재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금융을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바로사 가스전에 대한 무역보험공사의 금융지원은 이달 말 보증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보험공사의 투자 재승인 여부는 다른 금융기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며 사업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환경단체가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인 가운데, 무역보험공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