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분양 해소에 도움… 건설사에 과도한 혜택 돌아가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 필요”

정부가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뉴시스
정부가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미분양주택을 사들여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환경부로부터 ‘2023년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공공기관이 미분양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 임대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일부 매체들은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27조원을 투입해 미분양주택 전체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미분양주택 매입 후 이를 공공임대하는 방안을 미분양해소 대책 중 하나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인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시장 내에서는 미분양주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미분양주택 증가는 집값의 추가 하락 효과를 불러온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커질 수 있고 자칫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과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권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과 이른바 ‘악성 물량’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까지 늘어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연속 부도설이 나도는 등 미분양 증가로 인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8,027호로 전달 4만7,217호에 비해 1만810호(22.9%) 증가했다.

향후 12월분 미분양주택까지 통계에 잡힐 경우 지난해 전체 미분양주택은 이전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경고했던 6만2,000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27일 한 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는) 미분양아파트 6만2,000호를 위험선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매달 1만호씩 미분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우려한 바 있다.

◇ 정부, 미분양아파트 매입시 가격·품질 등 엄격한 기준 설정 필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시공한 건설사가 제각각임에 따라 미분양아파트의 품질은 균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마감정도 및 하자보수 등에서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미분양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 임대한다고 해도 입지‧가격 등에 따라 임대수요가 다를 수 있다”며 “때문에 정부는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할 때 가격‧품질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미분양 해소는 정부가 매입하는 아파트 단지들에서만 한정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전국에서 일괄적으로 미분양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책은 좀 더 면밀한 기준을 적용해서 시범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품질‧입지 등의 기준을 마련해 건설사에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정부는 선별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2022년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 / 국토부
2022년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 / 국토부

◇ 매입 물량 및 공공임대 활용 방안 등 세부안 나와야 예상 효과 가늠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처음 나온 대책이 아니라 과거에도 유사하게 시행된 사례도 있다”며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미분양 해소 대책 시행 과정 중 건설사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 된다”면서 “건설사 노력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했는지, 미분양 발생 시기가 정부 대책 시기와 맞물려 손해를 덜어내게 됐는지, 정부 대책을 노리고 미분양이 예상됨에도 무리한 개발을 추진했는지 여부 등을 일일이 가려내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작년부터 현재까지 시장에서 미분양아파트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 정부의 미분양 해소 대책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Risk, 위험)가 큰 점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의 모럴해저드 우려는 적어 보인다”고 예측했다.

뒤이어 “최신 통계상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약 5.8만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의 매입 미분양 물량 규모, 공공임대시 월세·전세 등의 활용 방안 등 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야 향후 기대되는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미분양아파트 적정 매입가격 결정도 중요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미분양아파트 매입 후 공공임대 활용 방안은 앞서 작년 7월 협회가 정부를 상대로 건의했던 방안 중 하나로 미분양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그간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지원 방안 등을 내놓았으나 미분양 해소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회는 최근 야당에도 공공임대 공급 확대 측면에서 ‘미분양 매입 후 공공임대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며 “그동안 연립‧다세대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할 경우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낮았다. 허나 이번 대책을 통해 대구‧울산 등 미분양이 심각한 도심지의 아파트를 사들이면 양질의 공공임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김형범 주택정책부장은 “정부는 미분양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최소한 원가를 보전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 한도 내에서 최소 가격으로 사들이려 하겠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매도한 자금으로 차기사업 준비, 진행 중인 사업 유지 등에 나서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은 공공이 아닌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으며 이 경우 민간임대사업자들은 임대보다는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공임대를 이용하는 세입자들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미분양아파트 매입은 양질의 공공임대 공급 효과가 있는 만큼 정부는 적정 매입가격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 해소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시행시기‧방법 등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알렸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11월 주택통계
2022.12.30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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