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전격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반나절만에 해임한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후임 인선을 단행했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에는 동(同) 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신임 기후환경대사에는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두 내정자는 내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윤 대통령이 순방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재가하는 것으로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그간 나 전 의원이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표 수리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작 나 전 의원이 사표를 제출하자 해임하고 곧바로 후임자를 인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으며 당 지지층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다. 그런데 이날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해임하면서, 당내 친윤계(친윤석열계) 표심이 나 전 의원으로부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인선을 단행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