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김영미 부위원장과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김영미 부위원장과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대책에 15년간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대책의 ‘실효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 저출산고령위, 7년만에 대통령이 직접 회의 주재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고령위) 회의를 주재했다. 위원장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이 회의에는 저출산고령위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교육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차관급 인사들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아이들을 확실히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말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 안 되더라도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되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목표 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출산 휴가 등 여러 제도들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약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0.78명을 기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로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풀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에 있는 제도 역시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를 점검해서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 문화 전반의 변화를 위한 민간의 동참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 약자 중 다수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출산과 육아를 하기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정책만을 가지고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가 돌봄과 교육, 유연근무와 육아휴직의 정착, 주거 안정, 양육비 부담 완화, 난임부부 지원 확대 등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지원을 빈틈없이 해나가면서 우리 사회가 저출산으로 가게 된 문화적 요소, 삶의 가치 측면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도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단기적인 또는 일회성의 대책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며 “세밀한 여론조사, 또 FGI를 통해서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을 해야 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상시적으로 열어서 긴밀한 당정의 공조를 통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될 것 같다”고 지시했다. 

◇ ‘백화점식 대책 정리’에 중점 둔 첫 회의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책 수립의 시작은 ‘정책 범위 수정’과 ‘백화점식 대책 정리’다. 또 ‘일회성 대책’을 지양하고 사회·문화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중점을 뒀다. 회의에서도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는 위원들의 의견도 있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기존 200개가 넘는 백화점식 정책을 과학에 기반해 철저히 평가하고 효과성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정책 수를 줄이고 재구조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15년간 280조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실패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같은 정책 추진 방향을 바탕으로 △5대 핵심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사각지대·격차 해소 △구조개혁과 인식제고 △정책 추진기반 강화 등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5대 핵심분야는 돌봄과 교육, 일·육아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이다. 

눈에 띄는 정책은 양육비에 대한 예산·세제 지원 확대, 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 등이다. 정부는 만 0~1세 아동을 둔 부모에게 주는 부모급여를 올해 만 0세 기준 월 70만원, 1세 월 35만원에서 내년 만 0세 월 100만원, 1세 50만원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부양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구에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하는 자녀장려금(CTC)도 확대한다. 

신혼부부 대상으로 주택 대출 요건도 확대한다. 이에 주택 구매자금 대출 소득요건을 기존 부부소득 합산 연 7,000만원에서 8,500만원 이하로,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은 기존 6,000만원 이하에서 7,500만원 이하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종전의 소득은 맞벌이 부부, 소득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기존에 언급됐던 ‘파격적인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미 정치권에선 ‘자녀 셋 아빠(30세 이하) 군 면제’ ‘자녀 수 만큼 양도세 절감’ ‘외국인 입주도우미 최저임금 적용 배제’ 등이 언급됐지만 논란도 낳았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하는 저출산 대책에 관심이 쏠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한방’이라 할 수 있는 것들, 드라마틱한 대책을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저출산이라는 건 한세대에 걸친 ‘문화변동’이라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라며 “개별적 정책들, 단편적 조합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단시일 내에 풀 수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출산율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언급도 없었다. 출산율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인식에서다. 대신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결혼, 출산, 양육 친화적인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윤 대통령이 “출산, 육아를 하기에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가지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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