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복권판매액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불황에 복권 판매가 증가한다는 속설이 대두되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복권판매액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불황에 복권 판매가 증가한다는 속설이 대두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 11일 ‘2022년도 복권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판매액은 6조4,29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이자 처음으로 6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을 전한 보도에서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 표현이 있다. 바로 ‘불황엔 복권’이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복권판매액을 최근의 경제상황과 연결 지으면서 이러한 속설이 대거 언급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복권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게 이 속설의 골자다.

그렇다면, 정말로 불황에 복권 판매가 증가할까,

우선, 불황이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생산·소비 등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황의 종류와 기준, 원인은 무척 다양하지만, 통상적으로 기업의 실적 및 투자 감소, 소비 위축, 실업자 증가, 증시 하락 등이 불황을 나타내는 요소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률은 불황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은행은 아직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경제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최근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6%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를 불황으로 규정하는데 무리가 없다. 물론,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난 2년여 간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되살아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지난해 불황 속에 역대 최대 복권판매액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불거졌던 2020년을 보면 해당 속설은 더욱 믿음이 간다. 202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7%였는데, 복권판매액은 2019년 4조7,933억원에서 5조4,152억원으로 12.9%나 껑충 뛰었다.

다만,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면 물음표가 붙는다. 2021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로 인해 4.1%를 기록했다.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난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2021년 복권판매액 역시 2020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쳤던 2009년 전후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2008년 2조3,940억원이었던 복권판매액은 2009년 2조4,712억원에 이어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2010년에도 2조5,255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3.7%였던 2011년엔 복권판매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해 3조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던 IMF 시절엔 어땠을까. 경제성장률이 -5.1%로 곤두박질친 1998년, 복권판매액은 증가하기는커녕 전년 대비 12.4%나 감소했다. 반면, 최악의 위기를 딛고 11.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1999년엔 복권판매액이 다시 증가했다. 복권위원회는 지난해 발간한 복권백서를 통해 이 사례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복권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꼽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복권판매액은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권판매액이 급증했다가 하락세를 이어갔던 2000년대 초반~중반 역시 불황의 여파보단 새로운 복권의 등장 및 정책의 영향이 더 컸다.

실제 복권위원회는 복권백서를 통해 “2003년 온라인복권 열풍에 힘입어 복권판매액이 급증했으나, 2004년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따른 온라인복권 가격 하향 조정으로 복권판매액이 급감해 2007년까지 하락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통설이 있고, 언론 등에서 이를 복권을 폄하하는 단골메뉴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난 30년간 복권매출 추이를 보면, 복권매출이 30% 내외로 크게 증가한 경우는 예외 없이 신상품이 출시된 때였다”고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복권위원회 의뢰로 충북대학교 이연호 교수팀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복권매출은 장기적으로 GDP 규모가 커짐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을 뿐, 경기변동과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는 또한 2020년 이후 복권판매액이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카지노, 경마 등 다른 사행산업의 운영이 제한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최종 결론: 전혀 사실아님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도 복권 인식도 조사 결과
2023. 1. 11. 기획재정부
2022년 복권백서
2022. 4. 30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경제상황과 복권 매출 간 상관관계 연구
2021. 11.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이연호 교수팀
한국 연간 경제성장률
각 년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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