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술에는 열량이 있어도 영양성분이 없는 빈 칼로리기 때문에 안주를 먹었을 때 열량을 증폭시키는 것일 뿐이므로 술만 마신다면 괜찮다는 것이 그 근거다. / 게티이미지뱅크
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술에는 열량이 있어도 영양성분이 없는 빈 칼로리기 때문에 안주를 먹었을 때 열량을 증폭시키는 것일 뿐이므로 술만 마신다면 괜찮다는 것이 그 근거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오랫동안 지속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작년부터 끝나면서 우리 사회는 엔데믹을 맞이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식업계 영업시간 제한과 거리두기로 줄어들었던 음주문화가 일상이 회복되면서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건강하게 음주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술을 마시더라도 살이 덜 찌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이에 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속설도 돌았다. 술에는 열량이 있어도 인체에 필요한 영양성분이 없는 빈 칼로리이기 때문에 안주를 먹었을 때 열량을 증폭시키는 것이므로 술만 마시면 괜찮다는 것이 해당 속설의 근거다.

◇ 알코올, 지방 산화 ‘억제’시켜 오히려 체지방↑

그렇다면 우리가 술을 마셨을 때 알코올이 신체에 들어와 소화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알코올은 위장에서 소량 분해된다. 분해되지 않은 나머지 알코올은 소장을 거쳐 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간은 섭취한 알코올의 90% 이상을 분해한다. 섭취한 알코올 중 2~5%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땀‧호흡 등을 통해 배설된다.

간으로 운반된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다. 이것은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대사되고 이는 또 다른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 합성에 이용되거나 콜레스테롤과 지방산 합성 등에 이용되곤 한다. 

한국영양학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알코올은 1g당 7kcal를 내는 에너지원이지만 인체에 저장되진 않는다. 알코올은 비타민이나 단백질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빈 칼로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알코올은 다른 영양소보다 우선적으로 대사가 이뤄진다.

열량으로만 따지자면 단백질이 1g당 4kcal의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같은 양으로 7kcal를 내는 술만으로도 상당량의 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외에 섭취한 음식은 활용되지 못해 남게 된다. 이는 지방으로 축적된다.

한국영양학회지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는 지방 산화를 억제한다. 운동량에 따라 소비돼야 할 지방은 산화되지 못한 채 주로 복부에 저장된다. 삼겹살과 소주, 치킨과 맥주 등 기름진 고열량식과 알코올을 함께 섭취할 경우 더 많은 지방이 축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방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체내 저장에 필요한 열량이 다른 영양소에 비해 적다. 따라서 고지방식품을 함께 섭취할 경우 그만큼 쉽게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영양학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알코올 섭취는 비타민 등의 미량 영양소의 흡수율을 저하시킬 수 있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신다고 해도 알코올에는 비타민이 없고,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체내에서 비타민을 흡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영양불균형 상태를 만들 수 있다.

◇ ‘술살’ 안 찌기 위해 필요한 건, ‘술’ 줄이기

정리하자면 안주 없이 술만 먹으면 괜찮다는 속설의 근거가 됐던 ‘술과 안주를 함께 먹으면 열량이 증폭된다’는 말은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주 없이 술만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은 아니다.

앞서 혈중 알코올이 지방 산화를 억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체내에 음식이 아직 소화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데 알코올이 들어오거나, 혈중 알코올이 남아 있는데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에도 결국 안주를 먹는 것과 같은 방식의 소화가 이뤄져 지방이 쉽게 축적된다는 의미다.

사람이 식사를 하고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예컨대 저녁 술자리가 있을 경우 당시에 안주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안주를 먹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극단적으로 빈속에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 더 빠르게 취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간으로 바로 전달돼 무리가 갈 수 있다. 또한 도수가 높을 경우 알코올이 위벽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해롭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 후 24시간 동안은 단백질 생성이 15~20%까지 저하된다고 알려진다. 단백질 생성능력이 떨어지면 근육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운동 후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는 데 방해가 된다. 따라서 안주 없이 술을 마신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아 몸의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이 증가하게 된다면 더 쉽게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국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방법은 술을 마시기 전 고열량식이 아닌 담백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위를 보호하고 적정량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순수 알코올 섭취량 기준 남자는 하루 40g(약 소주 4잔), 여자는 하루 20g(약 소주 2잔) 미만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종 결론 : 사실 아님

근거자료 및 출처
정인빈 외(2008), 음주빈도와 안주섭취열량이 제2형 남성 당뇨병환자의 신체계측, 혈중지질수준 및 혈압에 미치는 영향
2008 한국영양학회지
김효정(2009), 성인 남성의 음주 시 섭취하는 안주에 대한 섭취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2009 계명대학교
술 처리공장: 간
2014. 06 삼성서울병원
술과 운동
2016. 02 삼성서울병원
박솔이(2015), 1인당 알코올 소비량과 건강지표 관계
2015 가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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