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제주와 세종 지역에서 시범 시행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형평성’ 및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환경부가 제도를 시행하기 전 세운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과 반발이 거세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도는 이미 20년 전 한 차례 시행됐다가 단 5년 만에 폐지된 ‘일회용컵 환불제’와 똑같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먼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는 측은 소비자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카페)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크다. 환경부가 세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규제 대상 카페는 전국에 100개 이상 지점을 운영하는 브랜드만 해당된다.

특정 지역에 50∼60개 지점이 집중되는 지역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규제를 피해갈 수 있으며, 해당 지역에 1∼2개 매장만 존재하더라도 전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이 존재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상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만 규제 대상인 셈인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보증금을 지불한 컵을 표시하는 바코드 스티커 라벨 제작비와 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일회용컵 비용 300원에 대한 카드수수료와 회수되는 일회용컵 보관비, 인건비 등은 모두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몫이다. 일회용컵 1개만 놓고 보면 카페 측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지 않지만 한 달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소비자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테이크아웃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다 마시고 해당 브랜드 카페를 재차 방문해야 하는 불편도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카페마다 테이크아웃 일회용컵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서 브랜드별 교차반납이 현재로서는 안 되고, 일회용컵 간이회수기도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번거롭게 카페를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소비자들의 불편 사항일 수도 있지만 특정 지역에 지점이 적거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경부에서는 제도를 시행하기 전 유예기간이 충분했음에도 이러한 사소한 문제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주요 대중교통시설을 비롯해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 등 접근성이 좋은 장소 위주로 일회용컵 간이회수기를 대량 설치하고, 일회용컵 브랜드에 관계없이 모두 회수할 수 있도록 일관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회수된 일회용컵은 지자체나 해당 기계를 관리하는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수거해 세척과 분류 작업을 해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뒤따라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규제 대상 카페도 대형 프렌차이즈에만 제한할 게 아니라 공평하게 모든 카페에 동일하게 적용해 형평성 논란도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제주와 세종에서 시범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2003년 1월부터 2008년 6월말까지 약 5년간 시행되고 폐지된 ‘일회용컵 환불제’와 똑같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20년 전에도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다 결국 폐지된 만큼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또 ‘일회성’ 제도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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