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분해성 소재 1회용 컵·빨대는 규제… ‘컵 뚜껑’ 소재 무관, 규제대상 아니야
“컵 뚜껑, 마시는 용도 외 안전사고 예방 목적도… 빨대와 동일선 비교는 NO”
분해 과정서 유해물질 無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 필요성 대두

/ 롯데GRS
롯데GRS 계열의 엔제리너스나 롯데리아에서는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링킹리드를 적극 도입해 일회용 빨대 사용 억제에 힘을 쏟고 있다. / 롯데GRS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식음료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 식음료업계에서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일회용품 줄이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매장 내에서 종이·플라스틱 컵(테이크아웃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 사용 금지 등이 있다. 그런데 일부 카페나 패스트푸드 매장 등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드링킹리드(컵 뚜껑)’를 제공하기도 해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용품 줄이기’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억제’를 법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환경부에서는 지난 1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은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고 대형가맹점(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 컵 사용량도 늘어나는 등 일회용품 감량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지난 2019년 418만톤에서 지난해 492만톤(잠정)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자발적협약 참여 14개 카페 및 4개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7∼2019년 연 평균 약 7억8,000만개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는 약 10억2,000만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매장 내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조다.

그러나 컵 뚜껑으로 활용되는 ‘드링킹리드’는 소재가 플라스틱임에도 사용에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는 매장 내에서 취식하는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음료 컵에 플라스틱 소재의 드링킹리드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드링킹리드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는 환경부가 발표한 ‘식품접객업 매장 내 1회용품 사용규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규제에 따르면 컵 뚜껑이나 홀더, 컵 종이깔개, 냅킨 등은 사용 금지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사용 자제 권고 물품으로 지정해 대형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와 소비자들이 사용 빈도를 줄일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 ‘컵 뚜껑’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안전상의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돔형 리드(돔 형태 뚜껑) 등은 빨대를 사용해야만 음료를 마실 수 있는데 드링킹리드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며 “또 드링킹리드와 같은 컵 뚜껑의 경우 일차원적으로 음료를 마시는 용도로 활용되지만 이와 함께 음료가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도 드링킹리드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엔제리너스와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가 드링킹리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엔제리너스는 지난 2018년 8월 중순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가운 음료를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드링킹리드를 제작해 전국 매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5월에는 롯데리아 직영 매장에서도 드링킹리드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는 매장 내에서 빨대 없이 음료를 취식하다 테이크아웃으로 변경하는 경우 뚜껑 사용이 불가피한데,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링킹리드를 사용함으로써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롯데리아 측에 따르면 연간 롯데리아에서만 사용되는 빨대 소비량이 약 77톤으로 추산되는데, 직영점에서만이라도 드링킹리드를 사용하는 경우 약 3톤 정도의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드링킹리드를 전국 롯데리아 매장에 확대 도입하는 경우에는 연간 약 20톤의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예전에는 (테이크아웃 고객의 경우) 플라스틱 뚜껑에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했었는데 플라스틱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고자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뚜껑(드링킹리드)을 사용 중”이라며 “현재 매장 내에서는 뚜껑 없이 다회용 컵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드링킹리드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요청을 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드링킹리드가 대부분 분해가 쉽지 않은 일반 플라스틱 소재라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드링킹리드 등 테이크아웃 컵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뚜껑을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PLA는 옥수수 추출 포도당을 원료로 만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일정 조건(현재 기준은 상온 58±2℃, 산소농도 6% 이상 등에서 6개월 내)에서 90% 이상 분해되고 그 과정에서 환경호르몬과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

환경부도 환경마크 EL 인증을 받은 PLA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드링킹리드와 같은 테이크아웃 컵 뚜껑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측은 “현재로서는 음료 뚜껑의 소재가 일반 플라스틱이라도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 대신 사용 자제 권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향후 일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PLA 소재 사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연구용역 등 다방면의 검토를 거쳐 법제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시행
2022.11.01 환경부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한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 준비에 박차
2022.10.20 환경부
식품접객업 매장 내 1회용품 사용규제 전부 알려드릴게요
2022.04.14 환경부
2018년 8월 엔제리너스 및 2021년 5월 롯데리아 드링킹리드 도입 발표자료
- 롯데GRS
롯데GRS 및 환경부 관계자 전화인터뷰
2022.11.07 롯데GRS,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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