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일대 1층 상가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연세로를 가면 폐업한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조윤찬 기자
연세로 일대 1층 상가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연세로를 가면 폐업한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연세로=조윤찬 기자  연세로 상인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간 계속된 신촌 상권 침체 때문이다. 현재 연세로 일대 점포들이 폐업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당분간 일반차량들이 연세로를 통행하게 하고 매출변화가 있는지 실험 중이다. 아직 뚜렷한 매출 변화가 보이지 않는 한편 연세로 현장에서는 운영 계획과는 달리 이륜차가 주행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 신촌상권 침체… 서울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실험

서울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일시정지하고 상권 매출액 변화를 살피기로 했다. 앞서 서대문구는 지난해 12월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필요성 검증을 위해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1월부터 오는 6월까지 신용카드 매출자료와 유동인구 등으로 상권 데이터를 축적한다. 서울시는 7월부터 9월까지는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고 9월 말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월 개통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도시 오염을 줄이고, 신촌 상권을 활성화시키며,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먼저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전에는 연세로에 27개 버스 노선이 있었지만 현재는 16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대중교통이용을 높이겠다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상권 활성화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까지 신촌상권 매출이 계속 상승했지만 이후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신촌 상권은 2018년을 기점으로 장기간 침체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촌 상권의 침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감지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일부 상인들을 중심으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대문구가 이러한 상인 의견을 반영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추진하면서 이번 실험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변화는 감지됐을까.

◇ 택시 운행 많고 매출 변화 아직 없어

9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연세로에는 일반 차량과 택시가 통행하고 있었다. / 조윤찬 기자
9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연세로에는 일반 차량과 택시가 통행하고 있었다. / 조윤찬 기자

9일 기자가 직접 찾은 연세로 현장에는 택시 운행이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현재 연세로는 이륜차를 제외하고 모든 차량이 자유롭게 통행 가능하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이전, 택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연세로를 통행할 수 있었다. 기존 연세로에는 낮에 택시가 진입할 수 없었다.

택시회사에 운행을 요청했느냐고 묻자 서울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택시 운행을 해달라고 택시회사에 요청하지는 않았다. 콜택시가 발달돼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운행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로 일대 상가 1층엔 영업을 중단한 점포가 곳곳에 있었다. 연세로에는 이러한 폐업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비어있던 점포에 새로 입점을 준비하는 매장도 보였다. 건물 외부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연세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봤다. A씨(24)는 “상인들 먹고 사는 것이 더 문제니까 일반차량이 다니도록 하는 게 맞다. 여기가 환경분야에서 상징적인 공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상인들이 어려운데 이렇게라도 해서 상인들이 걱정을 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B씨(21)는 “여기서 차량이 안 다닌다고 해서 환경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상인들 마음고생을 덜어주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9일 연세로 인근에 위치한 한 매장(오른쪽)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해당 매장은 지난해 12월(왼쪽) 방문했을 때는 폐업한 상황이었다. / 조윤찬 기자
9일 연세로 인근에 위치한 한 매장(오른쪽)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해당 매장은 지난해 12월(왼쪽) 방문했을 때는 폐업한 상황이었다. / 조윤찬 기자

2월은 대학들의 방학 기간인 만큼 신촌 상권의 학생 유동 인구는 다소 줄어드는 시기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새학기가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기자는 지난해 인터뷰했던 음식점 2곳을 다시 방문했다.

C음식점은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만난 C음식점 사장은 “아직 특별한 변화는 없다. 9월까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정지되니까 여름 정도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지금은 대학들이 방학기간이라서 3, 4월이 돼야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D음식점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계속 유지하고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D음식점 사장은 “상인들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하루에 30~40만원씩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비교해 지난 1월 매출이 1,000만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하지 않으니까 금·토·일은 장사가 안 된다”고 언급했다. 택시가 운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손님들은 택시타고 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일반차량이 다니는 것은 상인들에게는 마이너스지 매출이 올라가는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 이륜차 통행 만연… 서울시 “경찰서에 단속 요청”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정지’를 실시했다. 서울시는 이륜차 통행은 제외하고 운영하기로 했지만 9일 연세로에는 이륜차 통행이 발견됐다. / 조윤찬 기자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정지’를 실시했다. 서울시는 이륜차 통행은 제외하고 운영하기로 했지만 9일 연세로에는 이륜차 통행이 발견됐다. / 조윤찬 기자

이전에는 금·토·일요일에 모든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행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차량도 다니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연세로에는 아직 도로를 걷는 습관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현재 무단횡단이 빈번한 상황이다.

또한 서울시는 이륜차를 제외하고 차량 통행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러나 9일 현장에서는 이륜차 통행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륜차가 통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대문경찰서에 단속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차량 통행에서 이륜차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서대문경찰서에서 규제 심의를 했다. 교통 통제에 대한 심의에서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 이륜차까지 통행하게 되면 더 위험하고 복잡해진다는 의견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도 무단횡단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횡단보도가 부족한 건 아니다. 하지만 도로 폭이 좁아서 무단횡단을 하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계속 무단횡단을 하면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륜차 통행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앞으로 교통량이 많아지고 정체가 예상된다”면서 “현장에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턱이 없어서 심의위에서 이륜차가 보행자에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륜차 단속은 일정을 잡고 하지는 않고 틈틈이 외근하는 분들이 가서 카메라로 단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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