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집값 15% 내려가면 임대인 1만명 임대주택 등 모두 처분해도 보증금 돌려주지 못해”

집값이 20% 하락 시 집주인이 갭투자로 산 주택 40%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뉴시스
집값이 20% 하락 시 집주인이 갭투자로 산 주택 40%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집값이 20% 하락할 시 집주인이 갭투자로 산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3일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이 없다는 가정 아래 주택 가격 하락 수준을 1~20%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는 오는 2024년 상반기로 추정됐다.

또한 주택 가격이 20% 내려갈 경우 집주인이 갭투자로 산 주택 중 약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전세계약을 유지할 때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때 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전세계약을 지속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됨에 따라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차기 계약이 종료되는 2년 후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인들이 계약갱신요구권을 100% 사용하면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은 약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보유한 현금성 금융자산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고려한 대출, 그리고 보유한 임대주택까지 팔아야 전세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임대인(집주인)은 최대 21만3,000가구인 것으로 추산됐다.

보유한 현금성 금융자산과 대출 외에 임대주택까지 내놔야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임대인은 주택 가격 변동이 없을 경우(0%) 20만9,000가구인 것으로 예측됐고 주택 가격이 12% 하락할 때 21만3,000가구, 27% 떨어졌을 때는 21만1,000가구로 각각 추산됐다.

주택 가격이 15% 내렸을 때 보유 중인 현금성 금융자산‧대출‧임대주택 등을 모두 처분해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임대인은 1만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 가격 하락 폭이 20%인 경우에는 1만1,000명, 24%는 1만2,000명, 27%일 때에는 1만3,000명까지 늘어났다.

국토연구원은 정부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보증금 상환 능력이 높은 임대인과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가구수 추산 / 자료 : 통계청, 그래픽 : 국토연구원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가구수 추산 / 자료 : 통계청, 그래픽 : 국토연구원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임대차계약의 전자계약을 활성화하고 임대차계약 정보와 금융 정보 등을 연계해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자료 축적 이후에는 임대차계약시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주택은 거래가 진행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증금의 일정 수준 이상을 예치하도록 하고 예치하지 않은 금액은 보증금 반환보험을 의무 가입토록 해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토연구원은 임대차계약 과정 중 신탁회사가 개입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운영체계는 임대인이 신탁기관에 임대할 주택을 등록하고 임차인은 신탁기관에서 임차할 주택을 선택해 신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계약금‧보증금 등을 신탁기관에 납부하며 임대인은 신탁기관에서 운용수익을 매월 받는 구조다.

국토연구원은 보증금을 신탁기관이 관리하기 때문에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대폭 감소하고 덩달아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협상‧편익 등의 비대칭적인 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민단체 소속 경제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대차계약 과정 중 신탁회사를 통해 전세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된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서민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실행된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등과 달리 전세자금 대출이 낮은 금리로 쉽게 실행됨에 따라 전세보증금은 부동산 호황기에 집주인들의 갭투자 등 투기 자금으로 활용됐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세자금대출에 DSR 규제 등을 적용시키고 집값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세자금대출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집주인들의 과도한 보증금 설정이 어려워질 것이고 임차인들도 자신의 자산 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전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깡통전세’ 등의 문제도 억제하는 효과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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