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KTX 시세차익 의혹을 둘러싸고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당 선관위가 제동을 걸었지만, 양측의 싸움은 그칠 줄 모르는 상황이다. / 뉴시스
울산 KTX 시세차익 의혹을 둘러싸고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당 선관위가 제동을 걸었지만, 양측의 싸움은 그칠 줄 모르는 상황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흔들고 있다. 황교안 후보가 운을 뗀 해당 의혹을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받아 본격 쟁점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 선관위가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양측의 기싸움은 그칠 줄 모르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17일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재차 날을 세웠다. 그는 대구 동산병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LH 사태 때문에 선거가 결정됐다”며 “그것과 마찬가지로 만약 우리가 부동산 의혹에 휩싸인다면 내년 총선에서 절대로 이기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없던 것처럼 해서도 안 된다”며 “반드시 명백하게 진실이 가려져야 총선을 이길 수 있고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은 지난 15일 당 대표 첫 TV 토론회를 기점으로 본격 공론화됐다. 황 후보가 토론회에서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관련 의혹을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며 김 후보를 정조준했다. 

즉각 김 후보가 “문재인 정권이 영장 신청을 39번 하면서 샅샅이 뒤졌다. 불법이 있으면 제가 이렇게 남아있겠나”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듯했던 의혹을 안 후보가 공세의 ‘총알’로 삼으면서 논쟁이 더욱 거세졌다. 안 후보는 (15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95% 할인해 팔겠다는 능글맞은 말로 그 이상 엄청난 시세차익이 났다는 걸 오히려 인정했다”며 “1,800배 차익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당대회 판세는 김 후보와 안 후보 중 완벽한 ‘우세’를 점하는 후보가 없는 모양새다. 다만 김 후보가 친윤계의 적극 지원을 받는 데다 복수의 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안 후보가 이를 견제해야 할 입장이다. 안 후보가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인 셈이다.

◇ 당 선관위 ‘제동’에도 멈추지 않는 싸움

김 후보는 이러한 안 후보의 공세에 대해 “제가 1등 후보는 1등 후보인 모양”이라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의혹이 회자 되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역력하다. 이날 김 후보 측은 안 후보의 공세에 대해 ‘흑색선전’이라며 당 선관위에 ‘엄중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음해‧날조‧인신 모독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 후보가 직접 안 후보를 향해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공세가 “민주당 출신다운 행태”라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지지 선언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패색이 짙어지자 민주당식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우리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엄중 요구한다”고 말했다.

해당 의혹으로 인해 당권 레이스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단 ‘제동’을 걸었다. 유흥수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간 근거 없는 비방 또 일부 후보의 지나친 언행으로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께 우려를 끼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기 싸움은 그칠 줄 모르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은 논평에서 “자신이 한 수많은 흑색선전을 혼자서 쿨 하게 다 잊고 한 가지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들이대니 혼비백산 줄행랑치듯 네거티브 안 하겠다며 화제 전환에 안간힘”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안 후보 측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이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 당 대표들은 다 대선주자였다”고 언급한 말을 걸고 넘어졌다. “민주당이 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는 어떤 DNA에서 비롯된 것인가”라고 지적하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준석계 인사들도 가세하며 논란은 전당대회 판 전체를 뒤덮는 모양새다. 이들의 신경전을 극대화해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를 겨냥 “공개 사과는 근거가 빈약한 부동산 의혹을 생방송에서 언급하며 사퇴까지 거론한 황 후보에게 요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해당 논란을 부추기는 데 힘을 싣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투기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김 후보를 감싸면서도 “지금 정치가 문제가 아니다. 95% 할인 구매 찬스”라고 신경전을 부추겼다. 그는 재차 올린 글에서 “95% 할인해서 살 때 그 땅의 기준가격을 어떻게 김 후보가 잡으시는지가 국민들에게 땅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자료”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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