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유연석이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로 관객 앞에 선다. 감독의 진심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해 ‘멍뭉이’를 택했다는 그는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 다시 용기를 내는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멍뭉이’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분),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청년경찰’ ‘사자’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게 된 두 형제가 하나에서 여덟이 돼버린 강아지들과 함께 웃고 울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유연석은 사랑하는 존재들과 가정의 완성을 꿈꾸는 민수를 연기했다. 민수는 사랑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루니와 헤어져야 할 위기 앞에서 철없지만 믿음직스러운 친척 형 진국에게 도움을 요청해 집사를 찾아 나서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유연석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멍뭉이’ 출연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호불호 반응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집중해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내가 찍은 걸 보고 주책맞게 울어본 것은 처음이다. 마지막 신을 보고 울다가 눈물만 훔치고 바로 간담회관으로 넘어왔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어떻게 봤냐고 하니까 영화의 감동도 있고 예전 추억도 순간 스치면서 감정이 복받쳤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소위 말해 ‘대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 혹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다 ‘멍뭉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됐는데 크게 걸리는 것 없이 잘 봐졌다. 자극적인 것도 없는데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가 부담스럽지 않게 전해졌고 진심이 느껴졌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너무 진심인 거다. 실제 자기가 기르던 루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 이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영화에 임하는 자세, 마음가짐이 정말 진심이라고 느꼈다. 이 작품을 내가 거절하고 내려놓는 것이 마치 나 역시도 어떤 속물적인 생각들 때문에 거절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니의 집사를 찾는다는 설정 자체가 다소 불편하게 비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민수의 여정을 통해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느냐를 봐줬으면 좋겠다. 민수의 성숙하지 못한 선택의 순간들도 있고 고민도 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지만 결국엔 그 여정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반려견이 진짜 나의 가족이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주는 이야기로 기승전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집중하지 말고 영화가 주려고 하는 메시지를 생각하며 그 여정을 따라가 주면 좋겠다.”

-파양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처음 아이(반려견)를 데려왔을 때 행복과 설렘과 반대로 정말 힘든 딜레마의 순간들이 현실적으로 있다. 그런 현실적인 딜레마의 순간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굉장히 다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양이라는 것은 관계와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민수는 그렇게 생각한 순간은 없다. 루니를 보살펴 줄 진짜 가족이 아니면 절대 보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여정을 시작한다. 민수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표와 욕심 때문에 누군가를 떠나보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면서 과거 그런 트라우마가 떠올랐을 거다. 딜레마의 순간을 보여주고 민수라는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해나가고 성장하고 변해 가는지, 제주도까지 가는 과정 속에서 가족 같은 루니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는지 그 노력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파양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촬영 이후 실제로 유기견을 입양했다고. 

“촬영이 끝나고 그냥저냥 시간을 보냈는데 계속 아이들(강아지)이 생각났다. 부모님 집에서 믹스견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다. 독립하고 나서 한 마리 입양하고 싶다고 계속 고민을 했는데 우리 영화를 찍으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많이 좋아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도 있는 것 같아서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중대형견부터 입양이 잘 안되더라. 그래서 큰 아이로 입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리타(유연석의 반려견)는 상처가 있어서 다른 개들과 못 친해지고 입양도 안 되는 상태였다. 입양 신청서를 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1년 정도 후에 리타를 데려올 수 있었다.”

-반려견 리타는 어떤 의미이자 존재인가. 

“퇴근하고 집에 갔을 때 반겨주는 가족이 있는 느낌이다. 그게 제일 큰 것 같다. 가족이 돼버렸다. 또 한편으로는 일 때문에 나와 있을 때 외롭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홈캠으로 계속 보게 된다.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고 의지가 된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평소에도 유기견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 

“없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집에 계속 강아지가 있었다. 어머니가 주변에서 새끼를 많이 나서 데려온 적도 있고 내가 학교 근처에서 떠돌아다니는 강아지를 데려와 키운 적도 있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파양된 믹스견을 데려와 키우고 있고 그러다 보니 그런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관심이 갔던 것 같다. 고민했던 것은 남들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가였다. 그러던 차에 ‘멍뭉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 거다. 영화를 어떻게 볼지는 관객의 몫이겠지만 한 분이라도 더 유기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의 변화가 생기고 현실적인 딜레마에 빠져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는 변화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과의 촬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상황도 많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믹스견 네 마리는 전혀 훈련되지 않은 아이들이었고 나머지는 훈련받은 아이들이었다. 다 성견들이라서 통제가 가능했는데 새끼 강아지들은 전혀 그게 안 됐다. 통 안에만 잘 있어주길 바랐다. 제주도에 가서 해 질 무렵 민수와 진국이 바닷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다른 강아지들은 뛰어노는데 새끼 강아지들은 땅을 파고 있더라.(웃음) 우리는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땅을 파고 있는 새끼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더라. 진지함 속 귀여움이 있으니 우리 영화의 톤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이 매력적이었다. 통제도 안 되고 예상도 못했는데 생긴 장면들이 영화의 매력이 됐다.” 

-진국을 연기한 차태현과 ‘종합병원2’(2008) 이후 15년 만에 재회했다. 호흡은 어땠나.  

“차태현 형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브로맨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실수투성일 때 드라마 현장에서 처음 형을 만났는데, 싫은 내색하지 않고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본인도 다 그랬다면서 금방 잘 할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때부터 친한 형, 선배 이상의 감정으로 좋아했고 잘 지내왔다. ‘종합병원2’ 때 기념사진을 찍어서 잘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게 이번 영화에 실제로 민수와 진국의 소품 사진으로 쓰이기도 했다. 형과 무슨 인연이 있나, 운명인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 형은 인간적으로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멍뭉이’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꼭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영화 자체만으로도 귀엽고 공감하고 힐링 될 수 있는 포인트가 굉장히 많다. 특히 이 영화를 통해 얻게 되는 메시지들이 있을 텐데, 아이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 가르치듯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영화 한 편 같이 보면 부담스럽지 않게 어떤 메시지들을 던져주고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사람이든 동물이든 떠나간 빈자리를 봤을 때 드는 감정은 모두 공감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