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서울시 음식점 중 일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중 58.8%가 매장과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수수료 및 광고비가 오를 때 일부 소상공인은 음식 가격을 인상하거나 양을 줄이거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 비율을 늘리기도 했다. / 뉴시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시 음식점 중 일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중 58.8%가 매장과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수수료 및 광고비가 오를 때 일부 소상공인은 음식 가격을 인상하거나 양을 줄이거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 비율을 늘리기도 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코로나19 이후 배달플랫폼을 비롯한 배달 음식 서비스 시장은 몸집을 비대하게 불렸다. 코로나 엔데믹에 가까워지면서 시장이 커지는 속도도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는 편리함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주 배달앱을 이용하곤 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배달비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고 있어 일부 소상공인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 매장보다 비싼 배달 음식가격…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하는 것”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지난해 11월 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입점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의 총 1,061개 메뉴에 대해 배달앱 가격‧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지난 2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음식점의 58.8%(20개 음식점)이 매장과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는 분식집이 12곳이었고 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이 8곳이었다. 이 중 13개 음식점(65.0%)은 배달앱 내 가격이 매장과 다르거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뉴별로는 총 1,061개 중 541개(51.0%)가 매장 가격과 배달앱 내 가격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중 529개(97.8%)는 배달앱이 매장보다 더 비쌌다. 매장보다 비싼 배달앱 메뉴(529개)의 평균 가격은 6,702원으로 매장 평균 가격(6,081원)보다 10.2%(621원) 높았다.

이렇게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높아진 이유에는 배달앱의 중개수수료‧광고비 인상에 따른 일부 소상공인의 배달비 부담 전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9월 배달앱 소비자 만족도 및 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해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3개 민간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했을 경우 49.4%의 소상공인이, 광고비를 인상할 경우 45.8%의 소상공인이 음식 가격 또는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인상하거나 음식의 양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 배달앱 시장은 ‘거대’… 관련 제도는?

소비자원의 조사결과 현재 배달비 수준에 대해 소비자의 50.1%(977명)가 비싸다고 응답한 반면, 소상공인은 75.9%(763명)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이는 배달비에 대해 소상공인이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배달앱을 통한 배달 주문을 위해 소상공인은 배달비용 외에도 광고비 및 중개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지도 없이 동일한 음식점에서 일반 매장 음식가격과 배달 음식가격이 다르다면 소비자들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매장 내 가격과 배달앱 내 가격 차이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마땅한 규제책이 없어 권고사항에 그치는 듯한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배달앱 사업자에게 △소비자 불만 처리 절차 등 개선 △중개수수료‧배달비 조정 등을 통한 상생 협력 방안 마련 △음식점의 매장가격과 배달가격이 다를 경우 배달앱 내에 관련 내용을 표시하도록 시스템 보완 등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외식업 유관 단체에는 음식점의 배달앱 내 가격 표시 관련 교육 및 홍보 강화를 권고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음식서비스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조7,325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21년 25조6,783억원으로 비대해졌다.

그러나 시장의 확대와 달리 배달비 책정 방식과 부담 비율, 소비자 알권리 보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에서는 여전히 미비한 지점이 발견되고 있다. 앞선 매장가격과 배달가격 차이뿐만 아니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동일한 음식점임에도 배달앱별로 배달비가 다르게 책정되는 경우도 다수(94.2%) 발견됐다.

이에 관련 단체들은 각종 배달비 할증이 소비자의 몫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배달비 조사를 지속하고 시장 감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는 조금 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공공요금뿐 아니라 각종 식품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와 소상공인, 배달플랫폼까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배달의민족은 2월부터 행정동 기준으로 배달팁을 추가하는 방식에서 실제 배달 거리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직접 거리별로 배달비를 설정할 수 있게끔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달의민족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 파워콜 광고 등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직접 △100m당 100~300원 △500m당 최대 1,500원까지 거리별 배달비를 상세하게 설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게 주소와 소비자 주소가 같은 행정동에 속하지만 거리가 먼 경우 등 배달팁이 증가하면 도리어 배달비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당한 가격책정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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