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회취약계층 우선 입주 필요… 공사비 증가에 따른 높은 임대료 고민 필요”
전문가 “공급 확대 위한 시도 긍정… 용도 변경 후 용적률 상향 및 공사비 재원 검토해야”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최근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 뉴시스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최근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최근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30년 이상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 4만 가구를 재건축해 10만 가구 이상을 서울 지역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SH는 기존 임대주택과의 차별성을 위해 고층화, 용도 지역 상향 조정 등을 통해 고급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 및 시민단체는 공급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임대주택 품질 향상으로 증가한 공사비가 자칫 서민들의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SH, 30년 이상 노후 공공임대주택 4만호 재개발 추진… 용적률 대폭 상향

지난 15일 김헌동 SH 사장은 브리핑을 열고 “이미 (건축 연한) 30년을 도래한 아파트가 약 4만 가구 정도 있다”며 “1,800여 가구가 주거 중인 서울 마포구 성산임대아파트의 경우 재건축하면 약 5,000가구가 살 수 있는데 이 중  3,000여 가구는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용 가능한 층고만큼 높게 짓고 용도 상향이 가능한 지역은 최대한 상향 조정해 고품격‧고품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H에 따르면 현재 내용연수 30년이 도래한 공공임대 아파트는 34개 단지, 총 4만호 가량이다. SH는 해당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의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10만호 이상 확대 공급할 예정이다.

SH가 보유한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 가운데 우선 재건축 사업 추진 예정 단지로 꼽히는 곳은 상계마들(170가구), 하계5단지(640가구), 성산(1,807가구) 등 3곳이다.

SH는 재건축을 통해 확보한 물량 중 상당수는 서울 고덕강일3단지 사례처럼 토지임대부(건물만 분양) 형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역시 SH의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 재건축 계획에 동조하는 추세다. 

앞서 작년 4월 오세훈 서울 시장은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하계5단지를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1호’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하계5단지의 용적률을 기존 93.11%에서 최대 435%까지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어 같은 해 8월 오세훈 시장은 세계도시정상회의(WCS)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용적률을 평균 100%대에서 최대 500%까지 확대‧고밀 개발해 임대주택을 2배 이상 공급하겠다”며 “이를 통해 평형 확대 및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할 수 있어 타워팰리스급 임대주택 공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내 노후공공임대주택 재건축사업 예정 단지 / SH
서울 내 노후공공임대주택 재건축사업 예정 단지 / SH

◇ 전문가 “공급 측면에서 SH 시도 긍정적… 용도변경 통한 용적률 상향 조심해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대주택의 질과 노후도가 국내 경제 발전 대비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재건축 단지 물량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SH가 보유 중인 임대주택을 활용해 주거의 질과 낮은 임대주택 비율을 개선하려 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물량 확대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용적률 상향도 좋은 시도”라면서도 “용적률이 확보되면 그만큼 거주 인원도 급증한다는 것인데 이때 주변 인프라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뒤이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극복해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민을 사회취약계층만으로 한정하지 말고 중산층. 신혼부부, 청년, 사회취약계층 등 소득층을 다양하게 하려는 시도도 해봄직 하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SH가 만약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용도 지역을 4종 주거지역(35층 초과 최고 50층 아파트 건설 가능)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끌어 올리려 한다면 세심한 검토와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정비사업조합을 포함한 다른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4종 주거지역 변경으로 최대 용적률을 받으려 할텐데 이는 곧 난개발 초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은형 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면 돈(공사비)이 더 든다. 그러면 늘어난 공사비 만큼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도 높일 것인지,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경우 그만큼 비용은 어떤식으로 충당할 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종전과 같은 비용으로 품질을 크게 올리겠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선 통용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근 SH가 토지임대부 분양에 나선 고덕강일3단지 / SH
최근 SH가 토지임대부 분양에 나선 고덕강일3단지 / SH

◇ 참여연대 “사회취약계층 위주 공급 필요”… 경실련 토지 제외 건물 분양 가능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참여연대 측은 사회취약계층 위주의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실련은 일정 물량에 대해선 토지 제외 건물 분양은 용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공급을 하려는지가 중요하다”며 “앞서 오세훈 시장 등이 얘기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임대주택 공급량 중 일부는 장기전세 및 반값 아파트 분양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중산층을 위한 분양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의 품질 향상을 위해선 공사비가 많이 드는데 이는 결국 임대료 증가 등 입주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저소득층 주거는 매입임대주택을 통한 전세로 해결하려 하는데 매입임대주택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고 주거안정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정택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기존에 살던 거주자들의 대한 입주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도 20년 이상 거주 가능한 장기임대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단기임대주택 및 분양형 임대주택 등은 공급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형태를 보면 전용면적 60㎡(25평) 이하가 대부분이라 4명 이상 가족이 살기 불편해 비선호하는 경향이 컸다”며 “SH는 향후 다양한 평수를 공급해 입주자들의 욕구 충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SH의 임대주택 품질 향상 방침과 일부 물량 분양 계획에 대해선 공감했다. 

정택수 부장은 “임대주택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낮은 품질도 한 몫하고 있다”며 “SH의 품질 향상 시도는 나름 타당성이 있다”고 수긍했다.

이어 “SH가 강제수용한 토지 위에 임대주택을 짓다보니 사업비 충당을 위해 일부 물량을 분양해야 하는 때도 있다”며 “단 분양 과정에서 토지와 건물을 함께 매각하다보니 지가가 급등하면 분양 받았던 개인이나 땅을 매입한 건설사가 이익을 다챙기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토지는 SH가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품질 향상시 공사비 증가로 인한 고(高) 임대료 책정이 우려된다”며 “앞서 고덕강일3단지도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이었음에도 건축비가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 적정 임대료 책정은 SH가 자구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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