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졸업생들과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졸업생들과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일방적, 지속적, 집단적인 폭력은 교육현장에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순신 변호사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로 촉발된 ‘학교 폭력’(학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내린 지시로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 윤석열 대통령, ‘학폭’ 근절 재차 주문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세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학폭 근절 대책과 관련한 지시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교육부가 중심이 돼 교육청 등 관련 부처와 잘 협의해서 종합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산업 현장에 법치를 세우는 것처럼 교육 현장에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간에 질서와 준법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교육부는 지방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학폭(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2012년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던 당시 학폭의 학생 생활기록부 기재, 예체능 교육 확대, 인성교육 강화를 포함한 학교 폭력 대응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를 참고해 종합적인 대책을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학폭 근절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은 정순신 변호사 사태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지난 24일 국수본부장에 임명됐지만, 아들(정모 군)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폭 가해자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정 군은 학폭위원회의 두 차례 재심을 거쳐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정 변호사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했다. 

◇ ‘검증 부실’ 비판에도 '학폭 근절' 지시

논란이 불거지자 정 변호사는 임명 하루 만인 25일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도 곧바로 임명을 취소하며 진화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진행하는 검증이 ‘검찰’ 출신에는 느슨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아들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인사검증을 맡은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순신 논란을 이미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며 “이번 사안처럼 본인이나 가족의 민사, 행정소송 같은 송사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를 걸러내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사전 질의서를 작성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조금 더 정확하게 기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본인도 그런 소송에 관련돼 있었다면 굳이 공직에 나서는 것이 옳았는가 하는 그런 얘기는 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정 변호사가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는 뜻으로 읽혀진다. 대신 대통령실은 학폭 방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통령의 학폭 근절 대책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 등을 통해 학폭의 심각성을 인지한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학폭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됐던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굉장히 오래된 문제인데 직접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이번에 한번 해결해 보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로 부정적인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취재진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문제 인식은 인사검증보다는 학폭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렇게 이해를 해도 되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인사 검증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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