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청양=박우주  귀농을 하고 5년차 이상이 되면 이제 귀농인이 아니라 현지인이다. 그래서 5년차까지 귀농인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된다. 3년차까지가 농사기술, 판매기술, 시골생활 등 기본적으로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웠던 시기였다면, 4년차부터는 제대로 된 정착을 모색하는 시기였다. 제대로 된 정착을 하려면 내 땅과 내 집이 필요했고, 3년차에 준비를 해 4년차에 실행에 옮겼다.

땅을 사고 집을 짓고 살아가는 데에는 문제가 여러 가지 있었다. 첫 번째, 우리는 땅을 귀농귀촌 창업대출을 받아 구매해야 했는데 대출한 땅에는 집을 지을 수 없었다. 이 문제는 필지를 나눠 해결했다. 구매 예정이었던 땅은 1,700평 정도로 필지가 3개로 나눠져 있었다. 이 중 2개 필지는 대출로 구매했고, 집을 지을 1개 필지는 개인 돈으로 구매했다. 

두 번째는 지목이었다. 집은 대지에 지어야한다. 하지만 우리가 구매한 땅은 집을 지을 수 없는 농업보호구역이었다. 이 문제는 농업인 혜택을 이용해 해결했다. 무주택자 농업인이라면 어느 곳이든 200평을 대지로 만들 수 있는 농업인을 위한 제도가 있다. 우리는 농업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경영체등록증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이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 번째였다. 나는 집을 지어본 적이 없었지만, 직영으로 집을 지어야했다. 대출 없이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4H 충남 청양청년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부모님과 함께 건축 일을 하는 형을 알게 됐다. 몇 번 상담을 받고 일당을 주는 식으로 한 달은 나포함 4명이 같이 일을 하고, 한 달 반은 2명이 집을 지었다. 필요한 자재는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형과 함께 자재상을 가서 구매 했고,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매일 인터넷을 통해 집을 잘 짓는 방법들을 연구했다. 

내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자재를 쓰고 단열에 신경 쓰면서도 직접 지어 몇천만 원은 아낄 수 있었다. 아주 운이 좋게 집을 거의 다 지었을 때 자재 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다시 이 집을 지으려면 1.5배 이상은 들 거 같다. 어딘가 문제가 생기면 내가 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네 번째 문제는 농사지을 땅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구매한 땅은 원래 개구리 농장을 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에 아주 큰 웅덩이가 있고, 하우스 안에는 잡동사니가 다 있었다. 굴삭기를 빌려서 웅덩이를 메우고, 농사짓기 편한 동선으로 만들고, 배수로도 정비했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배수로다. 굴삭기를 하루 빌리는데 50만원이 드는데 1주일은 빌린 것 같다. 그리고 토양분석을 의뢰해 농사에 적합한 땅을 만들었다. 농사를 짓지 않던 땅이라 좋은 땅을 만들기 위해 퇴비 값만 3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것들이 준비돼있는 땅을 찾고 찾아 구매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구매한 땅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하우스 3동과 물이 나오는 관정이 있었고, 농사에 필요한 전기 설비도 다 돼있었다. 이 세 가지만 있어도 농사를 지을 때 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땅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4년차에는 집을 짓는 것과 새로운 땅에서 농사를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슈였다.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었다. 

집을 3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지었는데, 우리가 농사짓는 구기자와 고추는 그때가 관리를 가장 잘 해줘야하는 시기다. 내가 집을 지으러 가면 와이프가 농사일을 했는데, 하우스 농사는 처음이었고 하우스에 관수시설을 해놓지 못해서 물 부족으로 구기자가 크지 못했다. 때문에 1년에 여름과 가을 두 번 수확을 하는데 여름수확은 포기해야 했다. 농사도 중요하지만 집을 짓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도 ‘여름 수확을 포기 했으니 가을에 더 많이 수확하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당시 새로운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점이 많다. 무조건 초반에 세팅을 잘해놔야 한다.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필수 목록들이 있다. 잡초가 안 나게 해주는 부직포, 농산물을 고정시키는 파이프, 작물 심는 간격, 고정 끈, 관수 시설, 그밖에 농기계 등등이다. 

주변에 농사지으시는 분 중 잘한다고 생각하거나 소문난 분을 찾아가서 뭘 쓰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고 좋은 부분들을 꼭 배워야 한다. 그래야 두 번, 세 번 일을 안 하고 시간과 노력, 돈을 아낄 수 있다. 

특히 한 번 살 때 오래 쓰는 좋은 걸 사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잡초를 안 나게 하는 7만원짜리 부직포를 매년 몇 개씩 사다가 20만원짜리 차광막으로 바꾼 뒤 추가 지출이 없다. 구기자를 말릴 때 쓰는 망도 2년 전 실리콘으로 된 것이 새로 나와 몇 배 비싸지만 구매했는데, 작업효율성이 아주 좋아서 만족하고 있다.

귀농을 하고, 정착을 하고, 땅도 사고, 집도 지으면 해피엔딩일 것 같지만 아니다. 언제나 위기와 위험이 따라 온다. 귀농을 한다고 여유롭게 자연과 함께 지내고 땀 흘리며 일하는 게 끝이 아니다. 귀농을 하던 사회생활을 하던 발전하고 성장해야 하는 건 똑같다. 

4년차가 됐을 때, 우리가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상품들이 인터넷상에 많이 늘어났다. 당연히 우리의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게 자본주의사회다. 발전하지 않는다면 도태된다. 이게 농업이자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예전부터 농업으로만 하려고 한다면 재미도 없고, 희망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농업만 하는 대농보다는 다양한 도전을 하는 소농을 선택했다. 지금도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중이다. 그 시도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귀농의 매력인 것 같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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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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