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 정혜원 기자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 정혜원 기자

시사위크|대구=정혜원 기자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2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은 붉은 물결과 함성으로 가득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은 풍물패와 확성기를 동원해 엑스코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오전 11시, 엑스코 앞 광장으로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 중에서도 김기현·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세가 눈에 띄었다. 수백명에 달하는 김 후보 지지자들은 광장의 중앙과 오른쪽을 채웠고, 수십 명가량의 안 후보 측 지지자들은 광장 왼편에서 연신 지지를 연호했다.

지지자들 가운데에선 “이재명을 구속하라”, “이재명을 체포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분위기가 격앙된 듯했다.

연설장 내부에서는 지지자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당원석 일부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북을 치며 “당 대표 황교안”을 연호하자,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의 지지자들은 플랜카드를 높이 들어 올리며 김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이로 인해 김 후보와 황 후보의 지지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후 1시 45분경을 넘어서자 당 대표 후보자들이 연설장으로 속속 입장했다. 김 후보는 당원들과 지지자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나눴고, 황 후보는 기자들이 모여 앉아있는 좌석으로 걸어와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 후보와 천하람 후보는 객석을 향해 간단히 목례 한 후 좌석으로 향했다.

이 날 행사에는 3,000개의 좌석이 마련됐고 주최측 추산 5,000명의 당원이 결집했다. / 정혜원 기자
이 날 행사에는 3,000개의 좌석이 마련됐고 주최측 추산 5,000명의 당원이 결집했다. / 정혜원 기자

◇ “수도권 승리” vs “당원 하나 돼야”

이날 당 대표 후보들은 서로 다른 승리 전략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요즘 분위기를 보면 국민의힘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이다”라며 “전당대회는 우리 당원 모두가 하나 되는 잔치다. 집안싸움, 내부 총질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 비방 글로 일관하는 흑색선전, 민주당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분들은 이제 그 허무맹랑한 궤변을 그만두고 그 시간에 민주당 이재명과 싸워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불이 붙으며 공세 수위가 격화되자, 국민의힘의 ‘공공의 적’인 이재명 대표를 소환해 ‘단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는 <시사위크>와 만나 “김기현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같이 합을 맞출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본다”며 “국민의힘 안에서도 내분이 많고 계파들이 나뉘어있지 않나. 이를 하나로 봉합할 수 있는 것도 김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는 ‘수도권 선거 경험’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는 이날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에서 의원을 과반 이상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 어렵다는 강북에서 20~30%의 지지율로 이긴 사람이 바로 안철수”라고 강조했다.

또 ‘중도층·2030 소구력’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안 후보는 “우리 당으로서는 보기 힘든 중도층과 2030에게 소구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되물으며 자신이 내년 총선 승리의 적임자라고 피력했다.

자신을 주부라고 밝힌 60대 여성 B씨는 “당 대표는 누가 되든 윤석열 정부를 도와서 열심히 하리라 생각한다”라면서도 “내년 총선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도 성공 못 하고 다 같이 망하는 건데, 그런 면에서 안 후보가 수도권 성공에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양강 구도’ 바깥의 후보들도 나름의 승리 전략을 제시했다. 천하람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부상을 언급하며 “(우리가) 소신과 철학 그리고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소신 없이 휩쓸려 다니는 사람들이나 권력에 딸랑이 하는 사람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며 당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30대 남성 C씨는 천하람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당내 개혁보수를 바라는 세력이 이준석 전 대표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보기 좋고, 구태정치와 빨리 결별해야 국민의힘이 살아남고 대한민국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자신이 ‘정통 보수’임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온 나라에 불었던 ‘촛불 광풍’ 속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온몸으로 막아냈다”면서 “저 황교안이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정신을 계승해서 보수의 가치가 분명한 ‘정통보수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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