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이준석계 인사들의 정치적 미래에 관심이 집중된다. 새 지도부 인사들이 일제히 이들에 대한 압박에 나서며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선 나름의 선전을 한 만큼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뉴시스
새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이준석계 인사들의 정치적 미래에 관심이 집중된다. 새 지도부 인사들이 일제히 이들에 대한 압박에 나서며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선 나름의 선전을 한 만큼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당대회 ‘바람’을 예고했던 이준석계가 새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사실상 ‘친윤 정당’으로 재편된 가운데 당내에선 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설 자리가 좁아진 만큼 향후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다분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름 성과를 얻은 만큼 또 다른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준석계를 겨냥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전당대회 과정은 (당원들이) 이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몇몇이 보여준 비정상적 행위를 이 당에서 영구히 추방해야 될 그런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날(8일)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결과, 이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이른바 ‘천아용인’ 후보들은 일제히 고배를 마셨다. 천하람 당 대표 후보의 경우 14.98%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각각 10.87%, 9.90%를,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18.71%를 얻었다.

당 대표 후보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최고위원 경선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최고위원의 경우 선거인단이 1인 2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던 만큼, 두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친윤계의 표 분산을 파고들겠다던 셈법은 사실상 불발 됐다.

물론 이번 전당대회 판세 자체가 이 전 대표 측에게 유리할 수 없었다는 데 대해 당내에서 이견은 없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이들이 연일 내놓은 ‘비판’이 당원들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과할 정도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비난 등이 이 전 대표와 함께 어우러져 나타났기 때문에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도 패배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오히려 후보들이 그늘에 가려지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준석계는) 너무 이 전 대표만 보였다”며 “계속 이 전 대표만 보이다 보니 정작 후보들이 감춰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기적 관점에서 컷오프 통과 다음엔 이 전 대표가 빠져주는 게 맞다”며 “그런 판단이 되는 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비판 목소리 속 긍정적 평가도

문제는 이러한 맹비난 속에 당내 통합도 요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만나 그동안의 상처나 그런 고민 같은 게 있었다면 보듬는 것이 이번 지도부의 역할”이라면서도 “이준석 전 대표나 이준석계, 대리인들 이른 분들을 빼고”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준석계는) 반윤석열을 너무 외쳐버렸다”며 "사실상 다음 공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준석계의 공천 가능성을 낮게 보며 “그렇게 해버리면 이준석계는 보따리 쌀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도부 입성이란 목표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경선을 통해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향후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데 유리한 지점을 얻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친윤계 내에서 이들의 지지세를 ‘2~3%’ 정도로 분석할 만큼 저평가됐던 실체를 확인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내서 좀 과소 평가됐던 것에 대해 실체를 확인한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날 통화에서 “이름이 없던 천하람 후보가 나와서 3등을 하며 존재감은 확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당이 위기에 처해 새롭게 재편을 하고 혁신을 해야 할 때면 이들을 빼놓고 계획을 할 수는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고 당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기회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