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알콜이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추천한 인물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로 올렸다. / 한국알콜
한국알콜이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추천한 인물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로 올렸다. / 한국알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을 마주했던 한국알콜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의 요구를 수용하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트러스톤 측이 추천한 인사를 감사 후보자로 올린 것이다. 이로써 최근 국내에서 크게 확산하고 있는 주주행동이 또 한 번 성과를 남기게 됐다. 그동안 주주가치 문제 등을 두고 뒷말을 낳았던 한국알콜이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 트러스톤 추천 인물 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로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알콜은 지난 13일 정기주주총회와 관련해 ‘주주총회소집결의’ 및 ‘주주총회소집공고’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국알콜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각종 보고사항과 함께 재무제표 및 현금배당 승인, 정관 변경,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안건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다. 후보자로 검찰 법무관 출신이자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인 차재목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주주행동을 표방하는 트러스톤이 한국알콜 측에 추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알콜은 나머지 2명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해서도 트러스톤 측과 논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알콜이 주주행동에 맞서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귀를 열고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알콜은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을 마주한 바 있다. 먼저, 대학생 2명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주도해온 순수 소액주주 차원의 주주행동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2%의 이상의 지분을 모아 주주제안에 나선 것이다.

또한 ‘주식농부’로 유명한 ‘슈퍼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주주제안에 나섰다. 그는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12개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 한국알콜도 포함된 것이다. 한국알콜에 대한 주주제안 내용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주당 500원 현금배당, 자회사 상장 등이다.

트러스톤의 움직임 역시 이목을 끌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9월 보유 중인 한국알콜 지분이 5%를 넘기면서 이를 공시했고, 지난해 11월엔 지분을 6.19%까지 늘렸다.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하고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서진 않았으나, 한국알콜 경영진과 수차례 비공개 미팅을 갖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등 물밑 움직임을 이어왔다.

트러스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한국알콜의 행보는 주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트러스톤 측은 특히 갈등 없이 ‘윈-윈’하는 해법을 도출한 점이 국내 주주행동주의의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알콜을 향해 주주행동에 나선 다른 주주들 역시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향후 주주가치 제고 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한국알콜을 향한 주주들의 요구는 단순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에 그치지 않는다. 배당 확대를 비롯한 근본적인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주주들의 반발 움직임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한국알콜은 오랜 세월 10%를 넘지 않을 뿐 아니라 3%대에 불과하기까지 한 저조한 배당성향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키워온 바 있다. 반면, 오너일가 개인회사이자 한국알콜과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이어온 케이씨엔에이는 적극적인 배당으로 지용석 한국알콜 회장 및 특수관계인에게 쏠쏠한 현금을 안겨줘 뒷말을 낳았다. 이러한 과거 행적에 비춰보면, 한국알콜은 보다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한 모습이다.

주주행동이 거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성과가 한국알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알콜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
2023. 3. 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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