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기득권 유지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따가운 만큼, 정치권에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정치 개혁을 위한 선의일 뿐 정쟁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의 이재명 대표 기소로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주당의 ‘방탄 정당’ 프레임을 굳히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유의동‧이태규‧김형동‧박정하‧최형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했다. 이들은 “정치가 시대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려면 시대가 정치에 요구하는 개혁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치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첫 번째 개혁과제는 대한민국 정치사전에 ‘방탄 국회’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까지 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총 51명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을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입법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권리를 앞세워 ‘제 식구 감싸기’ 등 행태가 빚어지면서 이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폐지해야 한다(57%)’는 여론이 ‘정치적 탄압을 방어하기 위해 유지해야 한다(27%)’는 의견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왔다. 불체포 특권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곱지 않은 셈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문제는 불체포 특권을 없애기 위해선 ‘개헌’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러한 ‘서약’을 통해 해당 권리를 ‘사문화(死文化)’하자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체포 동의안 통과’를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발언이 개개인의 정치적 구속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 하영제 체포 동의안 ‘가결’에 방점 

‘정치 개혁’의 명분을 앞세운 이들은 이것이 ‘정쟁’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의동 의원은 회견문 낭독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이것을 정쟁의 수단으로 쓰고자 하는 게 아니고 본질적으로 국회의 개혁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의원도 이날 대국민 서약에 민주당 의원들의 참여를 요청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민주당에 제안을 드릴 경우 정치 공세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민주당 압박용’이라고 보는 시선이 다분하다. 검찰의 이 대표 기소로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가 증폭된 때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해당 서약서를 공개한 뒤 “우리는 이재명처럼 지저분하게 살지 않겠다”고 쏘아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이전에 불체포 특권이 없어져야 하고,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 게 범인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번 경우에만 정치 탄압이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 행사해야 한다고 하는 게 앞뒤 맞지 않는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 동의 없이 회기 중에 체포가 안 된다는 건데,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을 남용해 회기를 억지로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향한 압박은 국민의힘이 당 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를 사실상 통과시킬 것으로 보이면서 극대화 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22일)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하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 의원의 체포 동의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자율 투표’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가결’을 사실상 당론으로 잡았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불체포 특권 포기는 거의 당론에 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에게 결정권을 넘긴 뒤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하 의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개개인들이 거의 다 포기 각서를 썼을 텐데, 그것을 부결시키는 데 도장을 찍을 수 없는 일은 아닌가”라며 “그건 아마 민주당 의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데일리 오피니언 제531호(2023년 2월 4주)
2023.03.23.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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