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여당이 각종 정책을 두고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당초 이날 발표가 예정됐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사실상 잠정 보류했다. 여권 지지율 하락의 한 축이었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여론 수렴을 공언했다. 그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설득 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한 만큼, 민심을 적극 반영해 민심 이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3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연기했다. 요금 인상이 국민 부담을 가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부가 제시한) 복수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 등 인상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 수렴을 해서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이 ‘사실상 동결’은 아니라는 게 당정의 일치된 입장이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원 가량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가스공사 역시 미수금만 8조원에 달하면서 심각한 재정상황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당정은 오는 4월 1일 요금 인상 적용을 목표로 이날까지 최종안을 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일시적 연기를 결정한 데는 민생 경제의 어려움 속에 요금 인상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역시 “고통을 가중해선 안 된다”며 2분기 가스‧전기요금 인상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박 의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요금을 인상할 경우엔 국민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 정책 ‘역풍’ 우려에 숨 고르기?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당정의 이같은 숨 고르기가 사실상 여권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의 직격탄을 맞은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직전조사(3월 4주) 대비 4%p 떨어진 30%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4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직전조사 대비 1%p 하락한 33%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다 보니 여권은 속도를 조절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정책 논란으로 불거진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설득과 홍보 부족 때문으로 판단한 만큼, 이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중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근로시간제 개편 당정대 조찬간담회에서 ‘6,000명 대상 여론조사 및 심층인터뷰’를 통한 여론 수렴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 역시 이러한 의도로 풀이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 만들기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전력 및 가스공사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 압박도 이같은 차원이다. 부산을 방문 중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그동안 너무 방만하게 운영됐고 엉뚱한 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우를 범했다”며 “그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한 후에 국민들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설득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의장도 이날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데일리 오피니언 제536호(2023년 3월 5주)
2023.03.31.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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