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포집 등 친환경 사업 강화… 소형모듈원전서 발생 고열 수소 생산에 활용
지난해 탄탄한 재무 안정성 유지…적은 PF 우발채무 리스크 및 풍부한 현금유동성 강점

금리인상,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위험선(6만여호)을 훨씬 넘은 7만5,000여호(올 1월 기준) 수준의 미분양 주택,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은 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주요 사업 부문인 주택 사업 불황으로 올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위기 돌파를 위한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과 새로운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DL이앤씨가 올해 이산화탄소 포집 등 친환경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 DL이앤씨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DL이앤씨 역시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등의 영향을 피할 순 없었다.

지난 2022년 DL이앤씨는 연결기준 매출 7조4,968억원, 영업이익 4,963억원, 당기순이익 4,155억원을 거뒀는데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77%, 48.5%, 34.66%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측은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플레이션과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각종 건설자재가격 상승,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DL이앤씨는 지난해 신규수주액 11조8,9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신규수주액 10조5,433억원 보다 12.8% 늘어난 규모다. 

이는 주택 부문의 신규수주액이 2021년 6조8,877억원에서 2022년 9조2,291억원으로 1년 새 약 34%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기간 주택 부문 내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1조1,915억원에서 4조5,789억원으로 무려 284.3% 급성장했다.

DL이앤씨는 올해 경영목표로 작년 대비 각각 9.4%, 21.1% 늘어난 매출 8조2,000억원, 신규수주 14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 됨에 따라 올해 주택 부문의 경우 수익성 위주로 선별해 수주하고 국내외 플랜트 사업을 수주에 집중하면서 목표치 달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소형모듈원전 등 친환경 사업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 이산화탄소 포집 및 소형모듈원전 사업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

DL이앤씨는 이산화탄소 포집(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분야 강자로 알려져 있다. CCUS는 발전·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압축해 제거하거나 이를 저장(CCS)한 뒤 이산화탄소가 필요한 다른 분야에 활용(CCU)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CCUS 사업에 참여해왔다. 지난 2002년 준공된 ‘당인리 국책 과제’에서는 EPCC(설계·구매·시공·시운전) 업체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인리 국책 과제’는 일일 이산화탄소 포집량 2톤급 파일럿 설비를 구현하는 사업이다.

이어 지난 2013년에는 국내 최초 이산화탄소 포집 상용화 설비를 보령화력발전소에 구현하면서 CCUS 기술력을 쌓아나갔다.

지난해 8월에는 CCUS 전문회사인 ‘카본코(CARBONCO)’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카본코는 산업 분야별 최적의 탄소 감축 솔루션을 제안하는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CCUS 사업과 함께 수소·암모니아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같은 해 10월 DL이앤씨는 카본코와 함께 남호주 주정부와 ‘친환경 수소경제 활성화 촉진’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이어 글로벌 천연가스 발전기술·서비스 회사인 GE가스와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친환경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 1월 카본코는 세계 최대 해수담수화 설비를 운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 (SWCC, Saline Water Conversion Corporation)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에 대한 MOU를 맺었다.

DL이앤씨는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MR은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원전을 구성하는 여러 기기를 각 공장 라인에서 제작(모듈 방식)한 뒤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해 만들어진다. 대형 원전에 비해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에 비교적 안전하고 현지에서 바로 설치·가동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작년 7월 회사는 차세대 SMR인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IMSR, Integral Molten Salt Reactor)를 개발 중인 캐나다 테레스테리얼 에너지와 MOU를 체결해 향후 ISMR 개발·설계·기자재 조달·시공 수행 과정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DL이앤씨에 따르면 용융염 원자로는 액체 상태의 용융염이 대기에 노출되면 즉시 굳도록 설계됐기에 안전성이 매우 우수하다. 아울러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원자로에 비해 구조도 단순하다.

올해 1월 DL이앤씨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엑스에너지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한 곳이다. 엑스에너지가 개발 중인 대표 모델 ‘Xe-100’은 단일 용량 80MWe(전기적 메가와트) 4개 모듈로 구성되며 총 발전용량은 320MWe 규모다. 물이 아닌 고온의 헬륨 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엑스에너지는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상장 후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의 SMR 기술을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MR 가동 시 발생하는 600℃ 이상의 높은 열을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접목한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해 친환경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작년 10월 DL이앤씨와 자회사 카본코는 GE가스와 ‘친환경 수소경제 활성화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DL이앤씨
작년 10월 DL이앤씨와 자회사 카본코는 GE가스와 ‘친환경 수소경제 활성화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DL이앤씨

◇ 시장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 재무 상태 주목받아

DL이앤씨는 탄탄한 재무 상태를 기반으로 올해 부동산 경기 악화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건설사별 모니터링 포인트’ 보고서를 통해 A급 건설사별 부실 우려가 높은 PF 우발채무를 자체 분석했다. 다만 당시 조사대상에서 DL이앤씨는 제외됐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지 않은 정비사업을 빼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제로(0)라고 판단돼 한기평이 조사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10월 한국투자증권은 대형건설사의 현금유동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급보증 위험이 있는 우발채무와 만기도래에 따른 이자발생부채를 모두 상환한다고 가정할 때 2022년 반기 기준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건설사에 DL이앤씨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91%로 2021년 93%에서 2%p(퍼센트포인트) 개선됐다. 순현금 보유량은 1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3월말 보고서를 통해 “DL이앤씨는 불안정한 경기 상황 속에서 돋보이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사업 의지를 보인다면 올해 주가의 차별적 흐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종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탁월한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우량 프로젝트를 확보해 위기에서 기회를 모색해나가겠다”면서 “넷제로(온실가스 배출 제로화, Net Zero)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인 CCUS, SMR 상용화에 앞장서 다양한 산업에 탄소저감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적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