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 논란이 당을 흔들고 있다. 이를 두고 당심만 쫓던 친윤계 지도부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 뉴시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 논란이 당을 흔들고 있다. 이를 두고 당심만 쫓던 친윤계 지도부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연일 터지는 최고위원발(發) 설화에 흔들리고 있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 관련 실언 논란이 진정되기도 전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 운동’을 언급했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화근을 만든 데 대해 당내 불만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모습이 ‘당심 100%’ 지도부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민생119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은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이야기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런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했다.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는 등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언은 즉각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로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무 신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박스럽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황당한 구상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이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여진은 이어졌다. 당내에서도 해당 발언이 오히려 양곡관리법 이슈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거부권 행사에 담긴 의지는 밥 한 공기로 날아간다”고 지적했고, 윤희숙 전 의원도 “정치가 그렇게 가볍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걸 가지고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나”라며 “갈수록 태산”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란은 앞서 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 논란과 이어지면서 ‘지도부 리스크’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당 최고위원들이 내놓은 발언이 도화선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4‧3 사건 김일성 지시’ 발언을 한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사과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엇을 사과해야 되는지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김 최고위원은 전날(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이 4‧3사건 추념식에 불참한 것을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추모일’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앞서 ‘5‧18 정신 헌법 조문 수록 불가’ 발언과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문제 이후 또다시 구설에 오른 것이다. 결국 김 최고위원은 자숙의 의미로 당분간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 ‘친윤계 지도부’ 한계?

최근 여권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논란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불만이 당내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고 있다”며 “내각이 점수를 딸 일이 있나, 당이 점수를 딸 일이 있나, 대통령 본인이 점수를 따나. 그러니 고정 지지층 30%에 묶여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고위원 리스크가 점입가경”이라며 “더 이상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친윤계 지도부’의 한계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당대회에서 ‘당심 100%’ 룰로 선출된 지도부가 당선 이후에도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원들만 바라보는 발언과 정치 행보를 보여 오다 보니 그 시야에 갇혀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김 대표의 리더십 문제로도 직결되고 있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확실한 결단’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당 대표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하태경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전광훈 목사, 5‧18 등 대응을 보면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일단 사태 진화에 부심이다. 전날 김 최고위원의 논란에 대해서는 “당 대표로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느냐”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윤심’에 기대 당선된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의 리더십이 얼마만큼 발휘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박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김 대표의 권위가 많이 상실돼 버렸다”며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정당임을 당 지도부가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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