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 목사가 당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 목사가 당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때문에 국민의힘의 혼란이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당내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당 일각에선 더 강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전 목사로 시작된 논란이 당내 신경전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국민의힘은 전 목사와의 관계를 부인하는 데 적극 힘을 실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김기현 대표께서 한마디로 정리하시지 않았나”라며 “그분이 우리 당원이 아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용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전 목사의 발언이 문제”라며 “자기 개인의 이야기들, 곧 당과의 연관성을 촉구한다면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를 둘러싼 당내 소란은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목사님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등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김 최고위원이 이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연이은 실언에 때문에 자숙에 돌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도부 선출에 전 목사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전 목사와 당의 관계성이 짙어지자 여론도 냉랭했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여권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새 지도부가 꾸려진 3월 2주(지난달 8~9일 실시) 38%를 기록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를 그리다 4월 1주(지난 4~6일) 32%로 떨어졌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분위기에 당 지도부는 “우리 당원도 아니다”, “언급하지 않겠다” 등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나섰지만, 전 목사의 발언을 잠재우진 못했다. 오히려 전 목사는 전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권력을 갖기 때문에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 내부의 비판을 반박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국갤럽이 공개한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의 최근 20주간 정당지지율 변화도.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갤럽이 공개한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의 최근 20주간 정당지지율 변화도. /그래픽=이주희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 전광훈 무시 전략

이렇다 보니 당 내부에선 지도부의 무시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난다. 아무리 외부 인사의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당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적극적인 태도로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난 총선은 우리 당에 불리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5‧18 광수 음모론 지만원, 막말 전광훈과 선을 긋지 못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자 민심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우리 당을 심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패배가 극우와 적극적 절연을 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전 목사의 발언이 ‘팬덤정치’의 악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정당을 보고 내 통제를 받아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정확하게 누구냐 하면 민주당의 개딸들”이라며 “여당을 보고 내 통제를 받아라고 하는 개인에 대해 지도부가 우리는 그런 당이 아니라는 얘기를 분명하게 해야 되는 거다. 하지 않으면 국민들한테 어떤 믿음을 주겠나”라고 했다. 

문제는 전 목사와의 관계설정을 둘러싼 당내 갑론을박이 갈등의 불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을 직격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와 페이크뉴스만 일삼는 극우 유튜버만 데리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혔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한 셈이다.

즉각 김 대표는 “자랑스러운 84만 책임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힘을 우리 당 당원도 아닌 전 목사와 결부시켜 마치 공동체인 양 호도하며 악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례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 대표로서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이에 재차 반박 글을 올리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앞서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당 지도부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고 지적한 홍 시장과 이를 맞받아 치는 김 대표 간의 신경전이 재연된 셈이다. 홍 시장은 새로운 글에서 “개신교를 팔아 당의 외곽부대를 자처하는 사람과 절연하는 방법은 그 연결고리를 떼어 내는 방법 밖에 없다”며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데일리 오피니언 제537호(2023년 4월 1주)
2023.04.06.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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