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이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그간 당과 전 목사와의 관계를 부인하는 ‘무시 전략’을 써왔지만,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분위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데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 목사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선을 긋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18일 전 목사의 ‘당원 가입 선동’과 관련해 당내 전 목사의 세력에 대해 이중 당적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전 목사가 우리 당 공천에 관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본인 지지자에게 당원 가입을 선동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기존 입당자 중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한 당원을 대상으로 이중 당적 금지를 안내하는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쓴 ‘이중 당적자’를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자유통일당 대표를 지낸 전 목사의 지지 세력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에 들어온 만큼, 이들을 당에서 몰아내야만 전 목사와 완전히 ‘절연’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SBS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실제로 전광훈 세력이 당에 많이 들어와 있다”며 “이중 당적자들을 전수조사해 다 출당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참에 책임당원을 전수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민의힘은 이중 당원 정리에 미온적이었다. 당원이 아닌 전 목사의 발언에 적극 대응할수록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이다. 이중 당원을 확인할 방법이 묘연하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정당에 대해 당원 구조를 흐트러뜨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쪽 당에서 우리 당에 정보를 안 주는데 이중 당적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는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17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48.8%였고 국민의힘은 33.9%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리얼미터가 17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48.8%였고 국민의힘은 33.9%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 전광훈 ‘손절’ 의지 강조

이랬던 국민의힘이 돌연 전 목사 측 당원에 대한 사실상 색출 작업에 나선 데는 전 목사가 당의 공천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전 목사는 전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꺼냈다. 동시에 당원 중심 후보 경선을 위한 공천권 폐지를 국민의힘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신당 창당을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당이 소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것도 간접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0일부터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3.1%p 하락한 3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당의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도 6.2%p 하락하며 48.4%에 머물렀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김기현 대표와 홍 시장 간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지지층 내에서도 이탈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분간 대변인이 말한 대로 입 닫고 있을 테니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 보라”고 쏘아붙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이번 조치를 통해 전 목사와 당의 관계에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날 “전 목사로 인해 당이 영향력을 받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이 조치는 국민의힘은 전 목사와 어떠한 관계가 없다는 것을 다시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의지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가 전날 전 목사를 향해 “그 입을 닫아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에 대한 ‘실천적 조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원 가입 시 추천인에 전 목사의 이름을 기재한 인원은 981명이다. 당은 일단 각 시‧도당을 통해 이들을 대상으로 ‘정당법상 이중 당적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취지의 경고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이어 추후 당원 가입을 한 인원 중 전 목사의 이름을 추천인에 기재한 자에 대해서도 심층적 자격심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 목사의 당 세력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자유통일당의 당원 명부를 확보하지 않은 이상 정확한 이중 당적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이번 조치의 한계로 평가된다. 또 새로 유입되는 당원 중 추천인을 기재하지 않을 경우 분별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사실상 전적으로 당원 개개인의 ‘자율’에만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유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 외 예상치 않은 상황이 나온다면 그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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