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또 다시 고발했다. / 뉴시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또 다시 고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무려 10년에 걸친 사법 절차와 ‘황제보석’ 파문 등으로 씁쓸한 발자국을 남겨왔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둘러싼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그를 고발했던 시민단체들이 이번엔 ‘골프회원권 강매’ 혐의로 재차 그를 고발한 것이다. 만기출소한지 고작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그가 또 다시 사법 리스크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 이번엔 ‘골프장 회원권 강매’로 고발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에선 참여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8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태광그룹이 전 계열사 협력업체를 상대로 이호진 전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이 주장한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 혐의 규모는 1,000억원대에 이른다.

이로써 이호진 전 회장은 출소한지 1년 6개월여 만에 또 하나의 불미스런 잡음을 추가하게 됐다. 그는 이미 10여년에 걸친 사법 절차와 그 과정에서 일으킨 ‘황제보석’ 파문으로 법적 처벌은 물론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형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세월이 걸렸다. 2012년 1·2심에서 모두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됐지만 2016년 8월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이어 2017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으나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이 또한 파기환송했다. 결국 2019년 2월 재파기환송심에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고, 2019년 6월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하면서 재판 절차가 마무리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호진 전 회장은 ‘황제보석’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구속된 지 두 달여 만인 2011년 3월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그는 6월엔 아예 병보석 결정을 받았다. 이후 장기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병보석 결정은 거듭 연장됐다. 그러던 2018년, 그가 음주와 흡연 등을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거센 파문이 일었다. 결국 그는 2018년 12월 병보석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7년 9개월 만에 재수감됐고, 이후 형이 확정된 뒤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다.

무려 10여년에 걸친 사법 절차를 마치고 2021년 만기출소한 이호진 전 회장은 수감생활 및 출소를 전후로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무려 10여년에 걸친 사법 절차를 마치고 2021년 만기출소한 이호진 전 회장은 수감생활 및 출소를 전후로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하지만 수감생활 및 출소를 전후해서도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자격 유지를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마찰이다. 금융위원회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그가 고려저축은행 대주주로서 적절치 않다며 2020년 주식 처분 명령 등을 내렸다. 그러나 이호진 전 회장 측은 해당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의 행위로 처벌을 받은 것이라며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2년 3월과 11월 1·2심 모두 이호진 전 회장 측이 승소했지만 금융위가 상고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호진 전 회장의 차명주식 허위신고를 적발해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위반 기간 중 상당부분이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였고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 3억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논란을 일으켰던 김치·와인 강매 사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공정위는 2019년 이호진 전 회장의 개인회사가 태광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김치와 와인 등을 강매했다며 검찰 고발 및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했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호진 전 회장과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당시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지난해 2월 법원은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법원은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시민단체 차원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골프회원권 강매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을 고발한 시민단체들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그를 고발한 바 있다. 당시엔 2019년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면서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2,000억원대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고발 이유였다.

이에 따라 이미 10년에 걸쳐 사법 절차를 밟은 바 있는 이호진 전 회장은 출소 1년 6개월 만에 총 3,000억원대 규모의 배임 혐의로 2건이나 고발되며 또 다시 사법 리스크 가능성을 마주하게 됐다. 특히 대법원이 최근 김치·와인 강매 사건과 관련해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 여지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데다, 검찰이 재계 및 기업에 대한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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