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복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지난 8월 복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8·15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둘러싼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복권된 지 고작 두 달여 만에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태광그룹 측은 이호진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자칫 또 다시 사법리스크에 휩싸이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 복권된 지 두 달만에 배임·횡령 혐의 ‘압수수색’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소재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이 같은 압수수색은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호진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2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임직원 계좌를 활용하고, 태광CC가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 지원한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 측은 이호진 전 회장의 연관성에 대해 선긋기에 나섰다.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위 행위가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횡령·배임 의혹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이호진 전 회장은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으며, 일상적 경영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호진 전 회장은 만기출소 전후로 각종 불미스런 잡음 및 고발이 이어진 바 있는데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앞서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2021년 10월 만기출소하기까지 무려 10여년에 걸쳐 사법절차를 밟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 병보석이 연장되고, 병보석 기간 중 음주 및 흡연 모습이 포착돼 거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돼 복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 수사와 기소 등으로 이어질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은 재차 사법리스크에 휩싸이게 될 뿐 아니라 경영일선 복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불과 2개월 전 이뤄진 복권의 의미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복권 당시 태광그룹은 경제활성화 이바지로 보답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커녕 또 다시 재계의 신뢰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는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해 복권을 결정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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