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 뉴시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해명 과정에서 ‘주어’를 생략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소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고리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발 물러선 여권은 당혹감이 역력하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새어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퍼주기 외교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해가며 속이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심각하다”며 “대통령 망언을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국민의힘은 주어가 빠졌다며 외신인터뷰 오역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해당 언론사가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사실관계가 낱낱이 밝혀졌다”며 “여권 발 가짜뉴스는 국제적 망신”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발언이 공개된 이후 연일 해당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가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먼저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곧장 주어가 없는 한글 원문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은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로 ‘주어’를 지칭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역시 이를 인용하며 이는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닌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를 한 WP 기자가 SNS를 통해 녹취 원본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녹취록에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즉각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주어’를 생략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인적으론 해외언론비서관실이 그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그것을 뺐다고 본다”며 “의도적 삭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회의에서 “이 문제는 단순 거짓말을 넘어서 정부 기관의 조직적 범죄행위”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정부가 작성하는 문서들은 공문서라고 해서 특별히 신빙성을 부여하고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대신에 공문서 증명력과 신빙성 문제는 허위로 작성할 경우 그 작성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을 담보로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해명이 논란을 더 키운 것과 관련해 당내에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자세에 대해 집중 비난을 받는 것을 보고 나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그걸 방어하는 여당의 논리도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정제돼 있지 않다. 일단 우리의 요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면서 “여당 대변인이 왜 팩트체크를 안 하고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설익은 해명을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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