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센트럴 파크’ 될 수 있을까

용산공원 반환부지의 일부인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을 이틀 앞둔 2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가로수길에서 취재진들이 사전공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뉴시스
용산공원 반환부지의 일부인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을 이틀 앞둔 2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가로수길에서 취재진들이 사전공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용산=서예진 기자  서울 한복판에 있었으나 쉽게 들어갈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오는 4일 공원으로 조성될 용산 미군기지 부지 일부가 ‘용산어린이정원(이하 어린이정원)’으로 꾸며져 임시개방 되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부지가 모두 반환되면 용산공원이 조성될 예정인데,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시설들이 마련된 어린이정원을 먼저 열었다. 이에 본지 기자는 2일 임시개방 전 어린이정원의 모습을 돌아보고 왔다. 용산공원에서 대통령실 청사를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온화溫火, Gentle Light)-따스한 불빛으로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전시 중인 미디어아트 / 서예진 기자 
‘온화溫火, Gentle Light)-따스한 불빛으로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전시 중인 미디어아트 / 서예진 기자 

◇ 굴곡진 현대사의 편린… 어른·어린이 도서관도 

어린이정원은 미군기지 부지(300만평)의 10분의 1(30만평) 정도 넓이다. 아직 부지가 전부 반환되지는 않았는데, 반환된 부지의 3분의 1 정도가 어린이정원 면적이라고 한다. 미군기지 부지의 14번 게이트가 어린이공원의 주 출입구가 될 예정이다. 이곳은 용산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입구이며, 신용산역과도 가깝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향원’이었다. 오래된 향나무가 기자를 반겨줬는데, 지난 임시개방 때는 없었던 데크와 정원이 마련되면서 이름을 ‘향원’이라 지었다고 한다. 그 앞에는 노란 사우스포스트 벙커가 있었다. 1940년대 일본군이 방공작전 벙커로 쓰던 건물이며,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 폭파 작전이 결정된 곳이기도 하다. 갑자기 마주친 굴곡진 현대사의 편린이었다. 

어린이정원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군 숙소 건물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수십년 간 미군과 그 가족이 살던 숙소는 홍보관, 도서관, 카페 등으로 변신했다. 60년도 넘은 건물들이라 보존가치가 높아 철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숙소들은 문화·휴식·편의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어린이정원은 미군기지 부지(300만평)의 10분의 1(30만평) 정도 넓이다. 아직 부지가 전부 반환되지는 않았는데, 반환된 부지의 3분의 1 정도가 어린이정원 면적이라고 한다. (사진 좌측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린이정원에는 약 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을 비롯해,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인 ‘용산 서가’, ‘대통령실을 품고’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홍보관,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카페도 마련돼있다. / 용산=서예진 기자
어린이정원은 미군기지 부지(300만평)의 10분의 1(30만평) 정도 넓이다. 아직 부지가 전부 반환되지는 않았는데, 반환된 부지의 3분의 1 정도가 어린이정원 면적이라고 한다. (사진 좌측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린이정원에는 약 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을 비롯해,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인 ‘용산 서가’, ‘대통령실을 품고’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홍보관,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카페도 마련돼있다. / 용산=서예진 기자

홍보관에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120년간의 역사를 담은 지도, 연표, 사진, 영상 등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홍보영상이었다. 영상엔 ‘대통령실을 품고’라는 문구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청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어린이정원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당시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자신한 윤 대통령이 떠올랐다.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인 ‘용산 서가’도 방문했다. ‘작은 도서관’으로 조성된 용산 서가는 ‘어른들의 서가’와 ‘어린이의 서가’로 나뉘어 있다. ‘어린이의 서가’는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도서들이 있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아이들을 돌볼 인력들도 상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은 초록색을 주로 이용해 꾸며놔 아이들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줬다. 

‘어른들의 서가’는 통창을 통해 장군숙소 지역을 보며 독서를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편한 소파도 마련돼 있었다. 장군숙소 지역은 미군 장교들이 살던 붉은색 지붕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다. 이 또한 어린이정원을 방문해야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다. 

◇ 전망언덕 올라가면 보이는 대통령 집무실

걷다보니 오래된 ‘나무 전봇대’도 보였다. 미군들이 쓰던 110볼트 나무 전봇대가 현재 쓰이는 220볼트 콘트리트 전봇대와 어우러져 있다. 나무와 풀, 그리고 꽃이 있는 공원이다 보니 전봇대를 철거하고 지중화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았으나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한다. 나무 전봇대의 경우 역사가 남긴 유물로 볼 수도 있겠다. 

설치미술이 있는 전시관도 있었다. ‘온화溫火, Gentle Light)-따스한 불빛으로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한사일로 랩의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전시 중이다. 용산의 미래를 밝히려는 염원을 담은 1,500여개의 전통창호 모양의 빛들이 취재진을 맞이했고, 탄성이 터졌다. 

전망언덕에서 보이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 서예진 기자
전망언덕에서 보이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 서예진 기자

더운 낮 시원한 음료가 간절하던 차에 조금 더 걷다보니 카페가 나왔다. ‘카페 어울림’은 ‘잔디마당’ 앞에 있고. 건물 두 채를 텄다고 한다. 안에는 푸른 식물들이 즐비하고 천장에는 담쟁이 넝쿨이 장식돼 있었다. 전반적으로 자연친화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한쪽에는 잔디마당을 볼 수 있는 데크가 있어 탁 트인 느낌을 줬다. 

드넓은 잔디마당 옆에는 데크가 있다. ‘가로수길’을 따라 놓은 산택길이다. 플라타너스가 호위하듯 늘어서 있는 가로수길을 걷다보면 대통령실 청사와 남산타워,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도 살짝 볼 수 있다. 

잔디마당 건너편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청사는 생경했다. 가까이 보던 풍경을 다른 곳에서, 아무런 장애물 없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 2만평 정도인 넓은 잔디밭에서는 여러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잔디가 완전히 푸르지는 않은 점은 아쉽다. 

잔디마당 옆 ‘하늘바라기 길’, ‘들꽃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전망언덕’이 나온다. 전망언덕엔 인공적으로 조성한 꽃밭과 바위, 이끼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지나면 대통령실 청사를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이 곳에서 대통령실 청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도심 속 공원, ‘서울의 센트럴 파크’ 될 수 있을까

정부는 ‘서울의 센트럴 파크’를 상정하고 어린이정원을 꾸민 듯하다. 센트럴 파크는 연간 2,500만명이 찾는, 미국 전역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공원이다. 또 ‘뉴요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쉼터이고, 원초적인 자연이 보존돼 있기도 하다. 센트럴 파크를 방문했을 땐 넓은 잔디도 있었지만, 시민들이 쉴 벤치 등의 공간도 많았다. 

용산어린이정원 시설 안내도 / 대통령실
용산어린이정원 시설 안내도 / 대통령실

하지만 어린이정원이 센트럴 파크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좀 남은 것 같다. 군부대가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아직은 살풍경한데, 개방되면 느낌이 다를 수 있을 수도 있다. 나무, 그리고 그늘이 적은 점도 다소 아쉬웠다. 또 카페와 도서관 등을 빼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벤치가 있으면 인근 직장인들이 산책을 하다 잠시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벤치가 설치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다만 잔디마당 등에 텐트, 그늘막 등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직 완전히 조성되지는 않았으나 녹지가 부족한 서울 한복판에 공원이 생긴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토양 오염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저감 조치가 이뤄졌고, 다른 곳보다 (오염) 수치가 낮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일각의 우려만큼 위험한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취재진의 어린이정원 방문 후 이어진 오찬간담회엔 윤석열 대통령도 ‘깜짝’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어린이정원 조성 취지에 대해 ‘우리나라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잔디마당뿐 아니라 분수정원도 만들어 광화문의 분수광장처럼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정부는 어린이정원에 1일 3,000명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어린이정원 개방 시점은 윤 대통령 취임 및 대통령실 청사 이전 1주년과 맞물려 있어 의미가 있다. 또 개방 직후 어린이날 등 연휴가 끼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방문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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