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의 만남이 우선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야권 내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 대표 패싱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박 원내대표를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 수석이)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에서 (대통령) 본인을 부르면 올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며 “여야 원내대표 간 면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의 만남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고 명확히 이야기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만남이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 대표가 민주당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단 한 번도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그간 몇 차례 이 대표가 직접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날 여당 지도부를 만나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도 이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이 대표와 만남에 대해선) 따로 말씀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윤 대통령의 행보에 불쾌감이 역력하다. 사실상 이 대표 ‘패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이유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렇게 하는 건 사실 좀 매너가 아니다”라며 “원내 제1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의도적으로 안 만나겠다는 데서 시작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야권 내에서도 일단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먼저 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대표와의 회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양당의 원내대표라도 만나서 야당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왔다”며 “원내대표들을 대통령이 초청해 먼저 만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불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고 대통령이 중대범죄 혐의자와 만나는 것은 자칫하면 딜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코 불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만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답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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