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미진한 영업이익, 이자비용·PF대출잔액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 필요
원자재가격 급등, 경기침체 장기화 등에 따라 중견 건설사 실적 부진 지속 전망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 부진을 겪은 태영건설이 2분기에 실적 개선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건설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 태영건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 부진을 겪은 태영건설이 2분기에 실적 개선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건설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 태영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시공능력평가 순위(2022년 기준) 17위의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올해 2분기 그간 부진했던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지를 두고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태영건설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금 조달 이후 불어나고 있는 이자비용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잔액 증가 등도 태영건설의 실적 개선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 태영건설, 지난해 실적 부진 올해 1분기까지 이어져

지난 2022년 태영건설은 연결기준 매출 2조6,084억원, 영업이익 851억원, 당기순이익 373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5.21% 주는데 그쳤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51.27%, 42.93%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실적(연결기준)은 매출 7,242억원, 영업이익 193억원, 당기순이익 36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2%, 68.7% 늘면서 호조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31.7% 감소하면서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영업이익률도 매년 감소 중이다. 2018년 12.7%였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9.3%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 11.0%까지 오르면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6.3%까지 급감한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2년 3.5%에 이어 올해 1분기 2.7%까지 떨어진 상태다.  

태영건설이 유동성 우려 해소를 위해 올해 초부터 적극 추진한 자금 조달 이후 늘고 있는 이자비용 부담도 2분기 실적 개선 필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하자 부동산 시장 내에서는 특히 중소·중견 건설사 위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말 증권가에서는 ‘건설사 부도 리스크 보고’라는 제목의 지라시가 삽시간에 퍼졌다.

태영건설은 해당 지라시에 부도 고위험군으로 거론됐다. 다만 태영건설 등을 포함한 대부분 건설사들의 ‘부도 위기설’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라시에 따른 ‘부도 위기설’이 잠잠해기도 전인 작년 12월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당시 한신평은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재무적 불확실성 증가’, ‘분양경기 저하에 따른 사업변동성 확대 예상’ 등을 등급변경 이유로 들었다.

◇ 자금 조달 후 불어날 이자비용 해소 위해 2분기 실적 개선 필요

이후 태영건설은 시장 내 불안 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올해 1월에는 사모펀드KKR(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이때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KKR에 사모사채 형식으로 4,000억원을 받아 태영건설에 대여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지난 2월 태영건설은 신용보증기금의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도 사모로 조달했다.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의 금융 조달 상품 협약도 체결했다. 태영건설이 8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납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의 루나엑스CC 골프장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했다.  

올해 초부터 이뤄진 태영건설의 자금 조달 대부분은 단기가 아닌 장기차입금 형태라는 점에선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조달 자금에 따른 이자비용이 자칫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태영건설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장·단기차입금의 연이자율은 대부분 3.05~9.00%대다. 단 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차입한 4,000억원은 무려 13%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다. 또 KIS인제일차의 차입금 380억원은 최소 8.50에서 최대 15% 이자율이 적용 중이다. 이외에도 회사가 인제스피디움제이아차유동화로부터 빌린 125억원의 연이자율은 11%다.

때문에 향후 불어날 수 있는 이자비용에 대비하기 위해선 올 2분기 실적 개선으로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

태영건설의 PF 잔액이 작년과 대비해 올 1분기 약 1,9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과거 HUG로부터 PF 리스크를 겪었던 둔촌 주공 재건축아파트 사업장 / 뉴시스
태영건설의 PF 잔액이 작년과 대비해 올 1분기 약 1,9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과거 HUG로부터 PF 리스크를 겪었던 둔촌 주공 재건축아파트 사업장 / 뉴시스

◇ PF대출 잔액 증가, 실적 개선 부담 요소로 작용

신용평가업계에서 문제 삼았던 PF대출 잔액 증가도 문제다. 올해 1분기 태영건설의 PF 대출잔액은 4조916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2년말 3조9,003억원에 비해 1,913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앞서 지난 3월 한신평은 ‘태영건설의 한국투자증권과의 투자협약 체결 관련’ 보고서를 통해 “2022년말 별도기준 태영건설의 PF보증(연대보증·채무인수·자금보충 포함) 약 3조원 중 본 PF 전환 이후 △공사비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분양률(75% 이상)을 기록한 사업장(1조1,000억원) △준공 후 임대분양 예정인 현장(2,000억원)을 제외한 ‘착공 이후 분양 초기‧분양 예정사업장(4,000억원)’, ‘미착공 예정사업(1조2,000억원)’ 등 1조7,000억원은 분양경기 저하 국면에서 태영건설에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한신평은 올해 만기도래 PF대출 중 ‘구미 꽃동산민간공원특례사업(1,400억원, 5월 만기예정)’과 ‘김해 삼계지구개발사업(724억원, 6월 만기예정)’ 등은 태영건설이 지분을 보유한 실질적 자체사업인 만큼 PF보증 현실화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자비용과 마찬가지로 PF대출 잔액 증가 부담을 해소하려면 2분기 이후 꾸준한 실적 개선만이 답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는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건설사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간 ‘금리인하 시그널’ 등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요소가 없었기에 건설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을 포함한 중견 건설사들의 실적이 올 2분기에도 부진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떨어지지 않는 건설자재가격과 미분양 증가, 중견 건설사의 주요 사업지인 지방과 수도권간 분양시장 양극화 등으로 인해 많은 중견 건설사들이 올 2분기에도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나마 중견 건설사 가운데 덩치가 있는 태영건설은 타 중견 건설사에 비해 상황이 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눈에 띨만한 호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