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에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음주운전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뉴시스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에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음주운전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음주운전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고는 반복돼 왔고, 그 때마다 처방은 이어졌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여전히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다.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았던 이 문제는 지난달 8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고(故) 배승아양의 사건이 알려지며 본격화됐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 2018년에도 있었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휴가를 나왔던 고(故) 윤창호 씨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뇌사상태에 빠졌다. ‘법조인’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을 친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는 0.134%.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윤씨 친구들의 강력한 호소는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정치권도 조속히 관련법 제정에 나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규정,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음주운전의 기준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었다.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도로교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윤창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8년 음주운전 건수는 1만9,381건이었던 반면 2019년에는 1만5,708건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감소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2020년에는 다시금 1만7,247건으로 1,539건 증가했다. 물론 다음해인 2021년에는 다시 1만4,894건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음주운전이 뿌리 뽑히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약한 처벌’이 지목된다. 법적으로 처벌 기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보니 근절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8차 공청회 자료집’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음주운전 단일범 제1심 선고형 비율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건 총 1,622건 중 실형은 25건으로 1.5%에 불과했다.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경우 각각 625건(38.5%), 967건(59.6%)로 나타났다. 

◇ ‘음주운전=습관’… 처벌만큼 치료도 중요

이러는 사이 음주운전 재범률은 높은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재구성한 것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내 음주운전 재범률은 47.9%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재범 시점을 놓고 봤을 때 재범은 45.5%, 3범이 44.1%, 4범이 47.5%, 5범이 54.3%로 점점 높아지는 흐름이다.

이같은 상태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의 분노로 이어진다.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만 범죄율이 낮아진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상식적인 반응이지만 문제는 이같은 처벌 강화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짙다 보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사실상 이를 뿌리 뽑기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처벌과 동시에 그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이미 법으로 치료감호 등 제도가 마련돼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음주운전은 습벽이라 형량이 아무리 올라가도 습관을 고칠 수는 없다”며 “형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사람에게 치료처분을 해서 음주운전 자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신상 공개, 상습적 음주 운전자에 대한 ‘형광색 번호판’ 도입 등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 1일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의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음주운전 시작 단계서부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승 연구원은 “더 중요한 것은 음주를 하면 시동이 안 걸리게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고 평가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내 음주운전 재범률은 4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내 음주운전 재범률은 4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실

 

근거자료 및 출처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 음주운전 교통사고 빅데이터 분석
https://www.koroad.or.kr/main/board/6/7272/board_view.do?&cp=5&listType=list&bdOpenYn=Y&bdNoticeYn=N
2022.12.22. 도로교통공사
양형위원회 제18차 공청회 보도자료
https://sc.scourt.go.kr/sc/krsc/board/BoardViewAction.work?gubun=7&currentPage=&searchWord=&searchOption=&seqnum=1426
2023.03.28. 양형위원회
5회 이상 음주운전자 年 5 천명 ,상습적 음주운전자 ‘형광색 번호판’ 도입 추진
2023.05.24.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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