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5일 법정기간 안에는 위약금 없이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을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뉴시스
대법원은 15일 법정기간 안에는 위약금 없이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을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법정기간 안에는 위약금 없이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을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한국소비자연맹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소송 건에 대해 원고패소한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 대법원 “일부 사용, 현저한 가치 감소 아냐”… 통신업계 “제조사와 논의할 계획”

소비자들은 통신사를 통해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매하면 단말기 계약과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 두 가지를 하게 된다. 통신3사(SKT, KT, LG U+)는 소비자에게 단말기 지원금을 제공해 출고가 보다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개통하고 나서 구매를 철회하려면 단말기 지원금을 다시 위약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위약금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을 철회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전자상거래법’과 ‘방문판매법’은 법정기간인 7일(온라인 계약)이나 14일(매장 계약) 이내에 계약을 철회하는 것을 보장한다. 그러나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개통되면 단말기의 가치가 즉시 낮아진다는 이유로 법정기간에도 계약 철회에 대한 위약금을 부과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법정기간에도 위약금을 내게 하는 것에 반발해 지난 2015년부터 통신3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2017년, 2018년에 있던 1심과 2심에선 한국소비자연맹이 패소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당시 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가 개시되면 서비스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비자는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5일 대법원 2부는 한국소비자연맹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낸 각 소송에 대한 사건을 파기환송해 원심 법원으로 보냈다. 이날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가 사용·소비됐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정기간 동안 사용한 서비스에 대해 대법원은 “계약에서 정한 전체 서비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부분”이라며 “소비자는 아직 제공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이 파기환송심에서 확정되면 소비자는 법정기간 안에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대법원의 판단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14일 이내로 사용된 중고폰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관계자는 “일단 판매가 되면 중고폰이 된다”며 “보통 중고폰은 타 업체를 통해서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구형이 된 단말기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수거해서 제조사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조사는 해당 수량만큼 새 제품을 다시 통신사에게 준다”고 전했다.

법정기간 사용된 단말기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처리될지 확실히 논의된 바 없다. 제조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파기환송이 됐는데 이를 다시 고법에서 다툰다. 소비자에게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14일 이내 사용한 중고폰 처리 방안에 대해 정 사무총장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정 사무총장은 기업 대상 소송에서의 어려움도 전했다. 그는 “증거게시제도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면서 자료 요청을 거부한다. 법원은 사업자 말을 들어주게 되는데, 이러면 부당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해외에선 증거 확보가 수월해 대응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소비자의 권익에 대한 침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이다. 소비자단체소송의 판결은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된다. 대법원이 소비자단체소송에 대해 판단을 내놓은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기본법’이 규정한 소비자단체소송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공익소송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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