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평균 탑승률, 11월∼4월 80∼87% → 5∼6월, 68∼74%
기후적 요인 더불어 국내외 LCC 치킨게임
보유 항공기 5대, 자유로운 노선 확장 제한
‘선택과 집중’… HSC 경쟁력 돋보이는 중장거리 강화

에어프레미아가 올해 3월 싱가포르 노선 비운항에 이어 오는 9월부터는 베트남 호치민 노선 비운항을 결정했다. 동남아 노선은 국내외 저비용항공사들이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에어프레미아 B787-9 2호기. / 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가 올해 3월 싱가포르 노선 비운항에 이어 오는 9월부터는 베트남 호치민 노선 비운항을 결정했다. 동남아 노선은 국내외 저비용항공사들이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에어프레미아 B787-9 2호기. / 에어프레미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에어프레미아가 최근 베트남 호치민 노선 운항과 관련해 오는 9∼10월 비운항을 결정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했다. 앞서 지난 3월 26일 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단항)한 데 이은 두 번째 비운항 조치다.

에어프레미아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호치민 노선의 저조한 탑승률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출혈경쟁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유럽·미주 장거리 노선에 집중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M&A)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먼저 에어프레미아의 인천∼호치민 노선 비운항 기간은 9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다. 에어프레미아가 호치민 노선에 대해 비운항을 결정한 이유로는 최근 탑승률이 떨어지고 LCC들이 저렴한 항공권을 내세우면서 치킨게임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실시간 통계자료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의 인천∼호치민 노선 탑승률은 지난해 10월 취항 첫 달 55% 내외의 탑승률을 보였지만 동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평균 탑승률은 보잉 787-9 항공기 좌석 구성(309석·338석)에 따라 79.74∼87.22%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5∼6월 호치민 노선 평균 탑승률은 68.09∼74.48%로, 이전 대비 10%p(퍼센트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러한 탑승률 변화는 베트남의 기후적인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리적 특성으로 지역별 건기·우기가 차이가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취항 중인 베트남 호치민은 대체로 11∼4월 기간이 건기, 5∼10월이 우기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에어프레미아의 인천∼호치민 노선 탑승률 저하는 기후적인 요인이 일부 작용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 최근 국내외 LCC들이 동남아 노선에서 서로 저렴한 요금의 항공권을 내세우며 출혈경쟁을 하는 점도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LCC 제주항공·티웨이항공과 외항사 비엣젯항공 등이 ‘가성비’를 내세우며 인천∼호치민 왕복 기준 15만∼18만원 수준에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그에 반해 에어프레미아의 인천∼호치민 왕복 항공권은 이코노미석 라이트·스탠다드 기준 20만∼23만원으로 약 5만원 정도 더 비싸다.

에어프레미아가 인천∼호치민 노선에서 항공권 가격으로는 LCC와 맞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9∼10월 시기는 항공·여행업계에서 비수기로 알려진 만큼 에어프레미아는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9∼10월 호치민 노선 비운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의 동남아 노선 축소는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의 동남아 노선 축소는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에어프레미아

더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는 양사 합병 시 한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국가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는 국내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유럽 노선을 확대하는 것이 거론된다.

에어프레미아도 양사 합병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최근 유럽과 미주노선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인천∼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 운항을 개시한다. 나아가 파리·로마·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과 미국 시애틀·하와이 등 장거리 노선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본 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중국 시안·선전 △홍콩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으로도 취항지를 넓힐 계획이다.

그러나 에어프레미아가 현재 보유 중인 항공기가 B787-9 5대에 불과하다는 점이 자유로운 노선 확장에 제한적인 요소로 지적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항공기 추가 도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2024년 연말까지 9대, 2027년까지 15대, 2030년까지 20대 이상의 기단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유럽·미주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호치민과 같은 동남아 단거리 노선 일부를 내려놓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에어프레미아 측은 “호치민 노선은 비엣젯항공 등 LCC들의 출혈경쟁이 심하다보니 우리가 조금 더 잘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고자 사업 전략을 변경해 호치민 단항을 결정했다”며 “호치민 노선은 9∼10월 비운항 후 동계 스케줄부터 다시 운항을 할지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서 싱가포르 노선 비운항 조치에 대해서는 “싱가포르는 상업 수요가 많은 국가이긴 하지만 운항 시간대가 좋지 못한 단점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비운항을 결정했다”며 “장거리 노선 운항에 우선 집중한 후 나중에 보다 좋은 시간대를 확보해 재취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어프레미아 일본 도쿄 노선은 운항 시간이 짧은 만큼 장거리 노선 비행 사이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운항을 이어오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에어프레미아 싱가포르 및 베트남 호치민 노선 비운항 조치 공지사항
https://www.airpremia.com/kr/ko/customer/notice/detail?detailId=143(2023. 03. 24 싱가포르 비운항)
https://www.airpremia.com/kr/ko/customer/notice/detail?detailId=166(2023. 06. 15 호치민 비운항)
2023. 06. 20 에어프레미아
항공정보포털시스템 2022년 10월~2023년 6월 실시간 통계 (에어프레미아 호치민 노선 운항편, 여객수 탑승률 분석)
2023. 06. 20 국토교통부, 한국항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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