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집회 제한 조치에 반발한 민주노총은 20일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 보장, 서울시청광장 사용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사진은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조윤찬 기자
경찰청의 집회 제한 조치에 반발한 민주노총은 20일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 보장, 서울시청광장 사용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사진은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용산=조윤찬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7월 대규모 총파업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출퇴근 시간대에 집회를 금지하는 등 민주노총이 신고한 대부분의 집회를 제한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가 집회를 허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집회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노총 “집회 신청하면 대부분 불허”… ‘집회 허가제’ 비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7월 3일부터 15일까지 정권퇴진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경찰 측에 30건의 집회신고를 했지만 27건의 제한 통고가 이뤄졌다. 출퇴근 시간대(오전 10시 이전, 오후 5시~8시)에는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집회 제한 조치에 반발한 민주노총은 20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 보장, 서울시청광장 사용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민주노총 측은 “경찰청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장 사용을 허가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올해 신청한 집회가 대부분 불허됐다”며 “대한민국의 집회는 신고제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가 제한받고 있다. 이제 집회는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헌법’ 제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서울시와 경찰 측의 집회 불가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3조에서 ‘누구도 집회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민주노총 주장의 근거다.

한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도로에서 집회를 하면 교통 불편이 야기된다. 그러나 길 건너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있다. 비어있는 광장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과거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었다. 지금은 불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광장을 사용할 수 있으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소리쳤다.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집회에 대해 “어떤 불법행위도 방치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24일 정부와 여당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와 출퇴근 시간 대 집회를 신고단계에서 제한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이 20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왼쪽부터)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등이 참석해 집회를 보장하라고 정부에게 요구했다. / 조윤찬 기자 
민주노총이 20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왼쪽부터)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등이 참석해 집회를 보장하라고 정부에게 요구했다. / 조윤찬 기자 

집회의 진행 방식과 시간은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집회를 제한하는 통보가 있다. 그러나 헌법 21조에는 ‘집회에 대한 허가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이는 집회 주최 측이 시간, 장소, 내용, 방식 등에 대해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집회를 하는 것은 주최 측이 결정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시 “공익 목적 행사 있다”… 민주노총 “어떤 행사인지 확인 못해”

지난 2003년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며 “집회 금지는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라고 판결했다.

민주노총 측은 이러한 헌재 판결이 있음에도 현 정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2조를 남용해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시법 12조는 경찰이 도심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를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명숙 활동가는 “2016년 유엔의 집회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도로교통을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고하는 정부에 대해 이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를 모두 금지하고 있는 것이 오세훈 시장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지아 변호사는 “서울시청 광장에 민주노총이 다음달 6일과 13일에 사용 신고했으나, 서울시는 공익을 목적으로 서울시가 주관하는 행사가 있다며 불수리 처분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확인된 서울시 행사는 잔디 유지관리뿐이다. 서울시는 어떤 행사가 예정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서울시에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공개한 서울시 공문을 보면 서울시 측은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6조 2항에 따라 사용일이 중복되고 우선수리 대상인 행사(공익목적 행사)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의 서울광장 사용신고 불수리 통보를 했다.

서울시의 서울광장 집회 관리 담당자는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사위크>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서울시 대변인실 통해서도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17일 세종대로에서 집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경찰은 오전 10시 이전 집회를 금지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지난달 15일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에서 경찰 측은 교통소통에 불편이 예상된다고 주장했고, 민주노총은 집회에 교통불편은 필연적이라는 점과 경찰의 우회로 안내로 교통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원은 지난달 16일 민주노총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의 집회를 보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대해 민주노총은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가능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집회를 보장하는 방향의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민주노총 기자회견처럼 향후 정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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